범종 타종에 대한 불교적 의미
불가에서는 범종 · 북 · 운판 · 목어를 사물(四物)이라 부른다.
범종은 지옥중생을 제도하기 위함이며,
북은 축생들이 듣고 해탈하라는 염원에서,
운판은 허공을 날아다니는 조류들을 위하여,
목어는 물 속에 사는 어류들이 그 소리를 듣고 해탈하는 염원으로 치게 된다고 한다.
범종은 원래 사찰의 대중을 모으기 위함과 때를 알리기 위해서 치던 것인데, 그것이 세월의 흐름과 함께 조석예불이나 의식 때 타종하게 되었을 뿐만 아니라 종소리 그 자체에 신성한 의미를 부여하게 되었다.
안진호 편(安震湖編) <석문의범>에 의하면, 재래 사찰에서는 초경(初更) · 이경(二更) · 삼경(三更) · 사경(四更) · 오경(五更)에 대종을 울려 시간을 알렸다.
초경(하오 8시)에는 대종을 2번 쳤는데, 이것은 수행의 단계인 십신(十信) · 십주(十住)를 나타냈으며,
이경(하오 10시)에는 3번 대종을 울려 십행(十行) · 십회향(十回向) · 십지(十地)를 의미했다.
삼경은 자정으로 대종을 108번,
사경(상오 3시)에는 견도(見道) 등 오위(五位)를 상징하여 5번을 타종했으며,
오경(상오 5시)에는 대종을 28번, 저녁예불(하오 6시) 때에는 36번을 쳤다.
그 외에도 사시(巳時: 상오 9시-11시)에는 대종 대신 마지쇠[摩旨金]을 쳤으며, 사찰의 재난 등 위급시나 고승의 열반, 기타 중요 법요 시에는 반드시 대종을 쳐서 대중에게 알렸다.
이것이 재래 불가의 오랜 전통이었는데, 근래에 와서 이것이 잘못 전승되어 일부사찰에서 새벽예불 때 33번을 타종하고, 저녁예불 때 28번을 타종한다고 하며, 새벽의 33번은 33천의 문을 연다는 의미로, 저녁의 28번은 28천을 닫는다는 뜻을 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잘못 전해진 것이다.
아침예불시 대종을 28추 타종하는 의미는 28수[宿] 혹은 몸에 28대 인상을 구족키 위함이며,
저녁예불시 대종을 36추 타종하는 의미는 사생구류(四生九流)가 분수(焚修)의 공덕에 의지하여 함께 정토에 태어나기를 발원하는 뜻으로 타종한다고 한국불교 의식의 원본이라 할 수 있는 <구감(龜鑑)>, <일용작법(日用作法)>, <석문의범(釋門儀範)> 등에 분명히 기록되어 있다.
그런데 새벽의 28번, 저녁의 33번으로 전해진 것은 옛날부터 큰 도시에서 통행금지를 알리기 위해 치던 인경에서 유래된 것으로 추측된다.
인경은 순수 우리말로 원어는 '인정(人定)'으로, 통행금지 시간을 알리기 위해 33번 종을
쳤고, 새벽에 통금을 해제한다는 신호로 28번 타종한 것이 잘못 전해진 것 같다.
그리고 한해를 마무리하고 새해를 맞이하는 제야에 서울의 보신각종과 경주박물관에 보관되어 있는 성덕대왕신종(일명 에밀레종)을 33번 타종하는 것도 이 인경 풍습에서 유래된 것이라 사료된다.
글쓴이 : 강병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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