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로운 날
차 한 잔 다리는 손놀림 속에서도 도의세계 성숙의 세계를 배울 수 있고
다포를 깔고 다구를 늘어 놓으며 놓이는 세상의 이치를 보고
팔팔 끓는 다관의 물 소리를 들으며 사바의 고뇌와 아픔 끈끈한 삶의 부대낌을 느껴 본단다
찻잎을 꺼내면서 번지는 새의 혓바닥 같은 작설의 살 내음에
차를 따는 여인의 정갈한 가슴과 차를 볶는 아낙의 따스한 손끝도 생각해 본단다
곱게 달여진 차가 찻종에 다소곳이 담겨져 있음을 볼라치면
빠알간 그리움과 노오란 미움들이 가슴까지 녹는 따스함도 접해 보게 된단다
마시고 난뒤 빈 잔 속에서 비움의 아름다움을 배우고
모두 제자리로 돌려놓는 행장 속에서 본래의 제 모습을 돌아보며
평상의 작은 일상이 그대로 공부요 삶임을 온몸으로 느낀다
행복은 저 산너머에 있는 것도 아니고 우리들 생활속에 우리들 마음속에 있는 것이기에
평상심이 道라고 선현들은 알려주신다
- 석용산 스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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