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새와 허수아비
허수아비는 왜 참새를 기다릴까요?
어릴적엔 참새를 많이 보았었는데...
나는 나는 외로운 지푸라기 허수아비
너는 너는 슬픔도 모르는 노란 참새
들판에 곡식이 익을때면 날 찾아 날아온 널
보내야만 해야 할 슬픈 나의 운명
훠이 훠이 가거라 산 너머 멀리 멀리
보내는 나의 심정 내 님은 아시겠지
석양에 노을이 물들고 들판에 곡식이 익을 때면
노란 참새는 날 찾아 와 주겠지
훠이 훠이 가거라 산너머 멀리 멀리
보내는 나의 심정 내 님은 아시겠지
내 님은 아시겠지
조정희 / 1982년 대학가요제 6회 대상곡
참새를 기다리며 서있는 저 허수아비.
새들이 날아와도 오직 참새를 기다린다.
그 많던 참새 떼는 어디로 갔을까?
허수아비를 보며 참새를 생각한다.
사람도 참새도 등 따시고 배부르던 시절이 있었다.
일흔 다섯의 우리 아버지 목을 바짝 바짝 태우던 긴 여름 가뭄 끝에 올해도 아버지의 가슴에 황금들판을 올렸다.
색깔만 황금들판이지 속은 까맣게 타고 겉은 허수아비처럼 앙상한 골격에 휘감기는 헐렁한 작업복이 가을바람에도 춥다.
참새도 도시로 떠난 농촌에서,
그래도 농자지천하지대본이라고,
저 들 논에 그 마음에 깃대를 박은 채 한평생을 살았건만.....
천하의 근본이 땅이 아닌 돈인 세상에 보릿자루처럼 이리 저리 밀리며,
아무리 마음을 비워도 울화통이 터지는 현실 앞에 한 잔 술에 취기로,
“내년에는 말아야지 이 빌어먹을 짓을 말아야지.”하며 가슴을 치던 때는 그래도 일이 무섭지 않았다.
이제는 늙어 오기도 가시고 기력마저 딸린다며,
해 다진 가을 논둑에 서서
“아이고 농사를 고만 지어야제 내년에는 참말로 고만 두어야제”라고 한숨과 함께 내뱉지만 그래도 봄이 오면 내 아버지 혼자 바쁘다.
우리 아부지 천상에 농부다.
허수아비는 왜 참새를 기다릴까요?
어릴적엔 참새를 많이 보았었는데...
요즘은 노란참새 보기도 힘드네요.
허수아비와 노란참새가 보기 힘들어 존재의 가치가 희미해져서 그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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