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름 바쁜 10월을 보내고 이제 달랑 하루 남기고 있습니다.
아쉽다기보다는,
가는 시간에 미련을 두지 않는 연습이 또 시작되는 시간이구나 하는 마음입니다.
10월의 마지막 날이라고 특별한 감회는 없지만, 눈을 떴을 때 문득 사람은 이별을 어떻게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곰곰 생각을 해 보니, 제가 가끔 쓰는 표현으로 <삼베바지에 방귀 새듯> 하는 이별이 가장 자연스럽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자연스럽게 현실을 받아들이면 그만이라는...
굳이 마지막이다, 시작이다 요란을 떨것이야 없지않나~ 하는...
어제는 작심하고 하루 쉰다고 했는데 긴급호출을 받아 무량사 군 장병들 만나고 왔지요.
아무런 이유도, 조건도 없는 그런 만남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참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오세영님의 '10월'이란 시를 소개합니다.
알차고 운치있게 가을 마지막 문턱을 넘기시길 바라며...
10월
무언가 잃어간다는 것은
하나씩 성숙해 간다는 것이다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돌아보면 문득
나 홀로 남아 있다
그리움에 목마르던 봄날 저녁
분분히 지던 꽃잎은 얼마나 슬펐던가
욕정으로 타오르던 여름 한낮
화상 입은 잎새들은 또 얼마나 아팠던가
그러나 지금은 더 이상 잃을 것이 없는 때,
이 지상에는
외로운 목숨 하나 걸려 있을 뿐이다
낙과落果여
네 마지막의 투신을 슬퍼하지 말라
마지막의 이별이란 이미 이별이 아닌 것
빛과 향이 어울린 또 한번의 만남인 것을
우리는
하나의 아름다운 이별을 갖기 위해서
오늘도 잃어가는 연습을 해야 한다
(오세영·시인, 1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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