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학(鶴)의 기다림 - 송수천년(松壽千年) 학수만년(鶴壽萬年)

難勝 2011. 11. 9. 05:24

 

 

 

학은 흔히 우리말로 두루미라고 부르며, 천년을 장수하는 새로 인식되어 우리 민족이 예로부터 친근하게 여겨온 새다.

 

천년이 지나면 푸른색으로 변하여 청학이 되고, 다시 천년이 지나면 검은색으로 변하여 현확이 되는 불사조라 믿었다. 특히 청학은 지리산에 살고 있다고 전하고, 그 사는 곳을 청학동이라 하여 신성시 해 왔다. 청학동은 길지로서 한국인의 이상향을 상징하고 있다.

흔히 두루미를 호의현상(鎬衣玄裳:흰 저고리와 검은 치마)라 일컫는 것은 하양과 검정의 배합이 신선함과 고고함을 상징하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이다.
조선시대 선비들이 평상시 입던 학창의는 바로 두루미의 모습을 본떠 만든 옷이다.

흰 바탕의 창의에 깃과 소맷부리, 도련의 둘레를 검은색으로 둘러 두리미처럼 깨끗하고 기품있는 선비의 기상을 표상하였다. 관복의 가슴과 등에 붙이는 흉배에 학을 수놓은 것도 바로 그러한 이유에서다. 조선 영조 때 문관으로서 당상관은 구름과 학을 수놓은 운학 흉배로 하고, 당하관은 백학 흉배로 하였다.
고종 8년에는 모두 학흉배로 고쳤는데, 당상관은 쌍학배로 하고, 당하관은 단학배로 하였다.

 

이와 같이 학문을 숭상하는 학자와 문인을 두루미로 비유한 상징적인 표상은 관직의 품계를 나타내는 의관 제도에까지 정착되었다.
또 학의 흉배를 다는 문관을 학반이라고도 하였다.


십장생의 하나로 사랑받아 온 새


학은 이른바 십장색의 하나로, 특히 신귀(神龜)로 불리는 거북과 짝지어져 선학이라 불린다.

영생불사의 신화를 촉발하면서 승화, 초월등의 상징성을 증폭하고 있다.


"송수천년(松壽千年) 학수만년(鶴壽萬年)" 이라 했다.

흔히들 자수나 병품의 그림에 두루미와 소나무를 함께 그린것을 많이 볼 수 있는데, 이것은 두루미와 소나무, 사슴, 불로초 등이 십장색에 속하기 때문에 의도적록으로 한자리에 모은 것이다.
특히 부모의 회갑 때, 두루미 무늬의 옷을 짓고 두루미를 수놓아 베개를 드리는 것은 불사의 새라는 인식에서이다.

장례 때에는 상여 위에 장식되어 죽은자를 천상의 세계로 인도하는 신탁의 메신저로서 현세적 욕망을 의탁할 수 있는 신령스러운 새로 인식하였다.


학과 관련된 우리의 속담

학발동안(鶴髮童顔)-머리는 학의 깃처럼 하얀 백발인데 얼굴은 붉고 윤기가 돌아 아이와 같다는 뜻으로 흔히 동화나 전설 속의 신선을 현용하는 말로 사용된다.
학수고대(鶴首苦待)-학의 목처럼 길게 늘이고 기다린다는 뜻으로 몹시 기다림을 일컬을 때 쓰인다.
학립계군(鶴立鷄群)-여럿 중에서 뛰어난 인물을 의미 = 군계일학(群鷄一鶴)
학명지사(鶴名志士)-몸을 닦고 마음을 실천하는 선비를 일컫는 말


우리 미술 속에 나타난 학


아득한 옛날부터 우리 미술 속에 등장해 오늘날까지 우리 곁에 친근하게 남아있는 것 중의 하나가 학일 것이다. 해마다 신년이 되면 우리는 흰 눈 속에서 푸르름을 자랑하고 있는 한 그루 낙랑장송 곁에 우아한 자태를 뽐내는 학을 그린 연하장을 흔히 보게 된다.

 

고구려 고분벽화에서 부터 고려청자, 조선백자에서부터 병풍, 의복 등 모든 곳에서 학이 그려지거나 새겨졌다.

당시 사람들은 학을 기물에 새기면 장수, 행복, 풍요의 운이 찾아든다고 여겼고, 장수를 송축하는 선물을 교환할 때에 도 주로 학을 새겨 넣었다. 특히 구름과 학을 조화시킨 운학문은 통일신라시대의
공예품에서부터 등장하고 있어 그 역사가 오래됨을 알 수 있다.

- 남우진의 화폐속의 우리 문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