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원 장승업의 고양이
삼성미술관 리움의 '화원(畵員)' 특별전(내년 1월 29일까지)에서 장승업(張承業· 1843~1897)의 대표적인 명작들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것은 큰 기쁨이다.
장지연의 '일사유사'에 의하면 그는 조실부모한 일자무식의 거렁뱅이였으나 수표동의 한 부잣집에 머슴을 살게 되었다. 그는 주인집 도련님이 글공부하는 것을 어깨너머로 배우고 사랑방에 손님들이 모여 서화 감상하는 것을 보다가 문득 그림의 이치를 터득하여, 붓도 쥘 줄 몰랐으면서 사군자, 산수화, 화조화 등을 닥치는 대로 그려내게 되었다.
이 사실이 곧 장안에 퍼지면서 그는 화원이 되었고 또 최고의 인기를 누렸다.
매천 황현은 증언하기를 오원의 그림은 근대의 신품으로 추앙받아 유력자가 아니면 가질 수 없었다고 했다. 그는 의기양양하여 단원, 혜원만 원(園)이냐 나[吾]도 원이다라며 호를 오원(吾園)이라고 하였다.
그러나 그는 객기 넘치는 통제불능의 인물이었다.
그림을 그려 돈을 벌면 주색에 탕진했고, 마흔 살에 늦장가를 들었으나 하룻밤 자고는 처를 차버렸다고 한다. 구속받는 것을 죽기보다 싫어했던 그는 왕실 병풍을 제작하라는 명을 받고 대궐에 불려갔을 때 두 차례나 도망쳐 큰 벌을 받을 지경에 이르렀다가 민영환 대신의 도움으로 간신히 화를 면하기도 했다.
오원에게는 이런 무절제한 호방한 성격이 있었기 때문에 그의 작품은 명작과 졸작이 뒤엉켜 어떤 작품으로 말하느냐에 따라 오원은 전혀 다른 평가를 받게 된다.
그의 명작으로는 누구든 리움 소장의 '독수리'와 '꿩'을 꼽는데 이번 전시에는 아마도 이 그림들과 같은 짝이었을 일본 동경박물관의 '고양이'(사진)가 출품되어 오원의 신들린 필치를 여실히 엿볼 수 있다. 아무렇게나 뻗어 올라간 노목의 줄기와 가지는 불과 몇 분 만에 그렸을 것 같은 속도감이 있는데 나무 아래위에서 장난치는 세 마리 고양이의 묘사는 정교하기 그지없다. 이처럼 호방한 가운데 천연스러운 멋을 풍길 때 오원은 진짜 오원 같았다.
유홍준 명지대 교수·미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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