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다식(茶食) 이야기

難勝 2011. 12. 8. 20:10

 

 

 

찻자리의 꽃 - 茶食(다식)

 

찻자리에 다식이 빠지면 왠지 격이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

아름다운 무늬와 자연의 고운 색, 입안에서 사르르 녹는 달콤한 맛, 이런 다식이 있어야 쌉쌀한 작설차의 맛을 한층 돋우기 때문이다.

 

향기로운 소나무 꽃의 송홧가루로 만든 샛노란 송화다식, 검은 빛깔의 고소한 흑임자다식, 하얀 쌀가루고 만든 백다식, 백설기를 말려 살짝 오미자물을 들인 오미자다식, 푸른 콩가루로 만든 청태다식...

 

옛사람들은 이렇게 다식으로 오방색을 나타냈다.

뿐만 아니라 좋은 일과 건강, 장수를 기원하는 수복강녕(壽福康寧)의 글씨나 국화. 구름 등 다양한 무늬를 새긴 다식판으로 찍어 쓰임새에 따라 무늬를 가려 올렸다.

 

이렇듯 과자 하나에도 깊은 의미를 담은 선조들의 지혜를 바탕으로 다식은 유구한 세월동안 끊이지 않고 이러져 내려왔다.

이러니 다식은 함부로 베어 먹을 수가 없다.

혀 위에 하나를 올려놓고 사르르 녹여 먹어야 그 깊은 뜻과 정성에 대한 예의를 차릴수 있을 듯 하다.

 

 

 

 

정성을 다하여 만든 다식은 손님을 위한 다담상에 반드시 올려졌다.

<고려사>를 보면 다식이 국가 행사인 팔관회나 연등회 등에 쓰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왕비나 태자의 책봉식에 하례를 올리는 신하에게 차와 함께 하사한 기록도 있다.

조선시대 들어 왕조실록에 '차례(茶禮)'라는 말이 공식적으로 등장하게 되면서 다식은 통과 의례인 관혼상제 의례상에 오르게 된다.

특히 조상을 숭배하는 제사 때는 반드시 다식을 올렸는데, 시제(時祭)를 지낼 때와 능침이나 선농제(先農祭) 또는 누에제사인 친잠례(親蠶禮)를 치를때 다식을 올렸다는 기록들이 보인다. 사대부나 서민들의 제사 과줄에도 다식은 필수품으로 올려졌다.

 

 

 

 

의례상에서 다식이 크게 돋보인 것은 1795년 정조 임금이 어머니 혜경궁 홍씨를 모시고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인 화성 현능언에 행차하여 치른 자궁헌경후(慈宮獻敬后)의 회갑 잔칫상에서이다.

이때는 각색 다식을 괸 높이가 30cm나 되어 상차림에 화려함이 더해졌다.

 

우리문화에 생소한 외국인에게 정성이 가득 담기고 고유한 문양이 고스란히 살아 있는 다식을 대접한다면 한국에 대한 인상이 깊이 새겨질 것이다.

 

영국은 홍차 문화와 함께 비스켓을 만들었고, 일본은 그들의 말차 문화와 함께 화과자를 만들었다.

이것이 다른 여러나라에 알려져 많은 사람들이 함께 즐기게 되었다.

우리의 작설차와 다식도 세계에 빛을 내뿜을 날이 머지 않을 것이다.

 

 

 

다식의 유래 

 

차로 만든것도 아닌 과자가 '다식'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된것은, 차를 보관하기 어려웠던시대에 찻잎을 절구에 찧은 뒤 지금의 다식판 같은 틀에 찍어 만들었던 데에서 유래를 찾을 수 있다. 조선 영조때의 실학자 성호 이익(1682~1764)은 그의저서 <성호사설(星湖僿設)> '만물문편'에서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쌀과 밀가루를 꿀에다 섞어 뭉쳐서 나무틀 속에 넣고 짓이겨 동그란 과자로 박아낸다. 그런데 이것을 다식이라고 하는 이유를 아는 이가 없다. 대체 차라는 것은 맨 처음 생겼을 때는 물에 끓여서 먹게 되었으나 가례(家禮)에서는 점다(點茶)라 하여 차를 가루로 만들어서 잔속에 넣고 끓는 물을 부어 차선으로 휘저어 마신다. 지금 제사에 다식을 쓰는 것은 바로 점다를 대신하는 것인데, 그 이름만 남아 있고 실물은 다식으로 바뀐 것이다.' 육당(六堂) 최남선(1890~1957)은 '다식은 차례의 제수요, 차례는 지금처럼 곡물가루로 다식을 만들어 올리는 것이 아니라 본래는 점다(點茶)로써 행하던 것이다. 찻가루를 찻잔에 넣고 차선으로 휘젓는 풍속이 차차 변하여 다른 식물질의 곡물 등을 애초에 반죽하여 다식으로 만들어 제수로 쓰고 그 명칭만은 원래의 뜻을 전하는 것이다'고 해 단차를 가로 내어 제사에 올리던 것이 변해 다식을 대신 올린다고 풀이하고 있다.

 

<고려사>에는 982년 성종 임금이 단차를 직접 맷돌에 갈아 불전에 올렸다는 기록이 나온다. 고려 문종의 아들인 대각국사(大覺國師, 1055~1101) 문집에는 용두사(龍頭寺)의 우상대사 제사에 올리는 제분에서 '다식을 올린다'는 기록을 남겨 예부터 제사에 차와 다식을 올렸음을 보여주고 있다. 궁중의 풍습을 사대부가 본받았고 간혹 서민들도 사대부 흉내를 냈다. 그러나 품이 많이 드는 단차 만들기가 어려워 왕가에서나 귀족들만 차를 올렸고, 서민들은 차 대신 곡물로 단차 모양을 만들어 제사상에 올리고 '차례 지낸다' 는 말로써 차가 본래 제사의 의례물이었음을 환기시키고 있다.

 

 

 

다식의 문양 

 

다식판은 다식의 쓰임새에 따라 문양이 달라진다.

대체로 소망과 기원을 나타내는 문양인데, 제례에는 수복강녕의 글자가 새겨진 다식판을 사용해 조상에게 자손들의 안녕을 빌었고, 혼례 때는 꽃이나 나비 등 남녀의 결합을 상징하는 문양을 썼다.

가문을 상징하는 가호나 자연의 이치를 새겨 넣기도 했다.

 

지난 1995년 에는 3.1독립선언을 한 민족 대표 33인의 이름 한 자씩을 새긴 다식판이 발견되었다. 자신들의 이름이 새겨진 다식을 나누어 먹음으로써 서로의 뜻을 다지는 의례물이 었던 것으로 보인다. 위대한 정신유산인 33인의 다식판은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다식 만들기 

 

다식 만드는 방법을 기록한 최초의 서적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요리책으로 알려진 <수운잡방(需雲雜方)>이다.

1999년 11월의 문화인물로 선정된 정부인 장씨(1598~1680)가 350년 전에 쓴 최초의 한글요리서 <음식다미방>에도 다식을 만드는 방법이 나온다. 정약용의 <아언각비>에도 황률다식.흑임자다식.용안다식.녹말다식 등이 나온다.

위의 여러문헌에서 만들어진 다식을 만들어보면 다음과 같다.

  

 

차다식 재료    가루차 2큰술, 푸른콩 가루 1컵, 꿀 4큰술, 소금 약간

송화다식 재료    송홧가루 1컵, 꿀 3큰술

흑임자다식 재료    흑임자 1컵, 꿀 1½큰술, 소금 약간

백다식 재료    거피한 팥고물 1컵, 꿀 1큰술 

- 만들기 다식마다 각각 재료를 모두 반죽하여 다식판에 랩을 깔고 조금씩 반죽을 떼어 찍어낸다.

 

대추다식 재료 대추 2컵 

- 만들기 대추를 곱게 채 썰어 다식판에 그대로 박아 찍어낸다. 대추는 당분이 있어 꿀이나 다른 첨가물이 필요없다.

 

 

칼슘의 보고 삼색차 포다식

 

죽상이나 미음상을 격식있게 차릴 때 북어 보푸라기 등을 예쁜 다식판에 찍어내면 먹기도 편할 뿐 아니라 품위도 있다.

특히 다식에 차를 넣으면 빨리 상하지 않는다.

육포나 북어포의 특이한 냄새도 없앨 수 있으며, 고기의 칼슘과 차의 비타민을 함께 섭취할 수 있어 좋다.

다양한 식품을 구하기 어려운 몽골이나 티베트 같은 곳의 고산족들이 차와 말린 양고기를 주식으로 먹고 있는 것만 보아도 포다식은 인체가 필요로 하는 영양소를 갖추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육포나 북어포뿐 아니라 멸치. 오징어 말린것도 아래와 같은 방법대로 만들면 된다.

육류 가공음식인 포는 신라시대 때부터 천년을 이어 온 우리 음식이다.

 

 

차 육포다식  

재료 육포 100g, 녹차 7g, 물엿. 참기름. 깨소금 1작은술씩, 후춧가루 약간

 

- 만들기  

①쇠고기 육포는 자잘하게 찢어 분쇄기에 간다.

육포가 적당히 갈아지면 녹차를 넣고 다시 한번 갈아 고루 섞이게 한다.

② 육포와 녹차 간 것을 물엿. 참기름. 깨소금으로 양념한다.

육포는 양념이 디어 있어 따로 간할 필요는 없지만, 촉촉하게 만들어야 다식판에 곱게 찍힌다.

③다식판에 랩을 깔고 반죽한 육포를 방톨만큼씩 넣어 놓은 뒤 꼭꼭 눌러 모양을 다듬는다.

 

 

차 북어포다식

재료 북어 1마리, 가루차 1작은술, 간장. 참기름. 깨소금 1작은술씩, 물엿 2작은술, 훗추가루 약간

 

- 만들기

① 북어는 부드럽게 부푼 황태로 골라 살을 숟가락으로 살살 긁어내어 결대로 부풀린다.

② 부풀린 북어에 가루차와 양념을 넣고 섞어 다식판에 찍어낸다.

 

 

차 멸치포다식

재료 멸치 100g, 녹차 7g, 물엿. 참기름. 깨소금. 고춧가루 1작은술씩. 후춧가루 약간

 

- 만들기

① 조림용 작음 멸치와 녹차를 분쇄기에 간다.

② 멸칫 가루에 양념을 넣고 섞어 뭉친다.

③ 뭉쳐진 반죽을 다식판에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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