拈華茶室

엽공호룡(葉公好龍) - 새해 아침의 경책

難勝 2012. 1. 1. 06:22

 

 

 

엽공호룡(葉公好龍)

 

옛날 중국에 엽공(葉公)이라는 사람이 살았다.

 

이 사람은 용을 너무나도 좋아해서 집안에 온통 용 문양이 넘쳐났다.

술잔, 벼류, 붓, 식기, 심지어는 속옷에까지 용의 문양을 수놓아 입을 정도였다.

그의 바람은 다만 한 가지, 실제 용을 한번 만나 보는 것이었다.

실제 용을 만날 수 없다면 꿈속에서라도 그 용의 늠름한 자태를 보고 싶어했다.

 

그의 기도는 매일 한 가지였다.

용의 현신을 보게 해 달라는 것이었다.

 

그의 기도는 너무나도 간절하여 세상 사람들을 감동 시킬 정도였다.

그의 간절한 기도는 많은 사람들을 감동시켜서 주변 사람들조차도 그의 소원이 이루어지기를 기도하는 사람이 생겨날 정도였다.

 

그와 그 주변 사람들의 간절한 기도에 하늘의 용신도 마침내 감동하였다.

용중의 용인 황룡이 그의 소원을 들어주기 위해 그의 집을 찾아가게 된 것이다.

황룡은 그가 행여 다칠세라 조심스레 그의 집을 찾아 창문을 두드렸다.

그는 그날도 용을 만나게 해 달라고 기도하는 중이었다.

창가에 인기척을 느낀 그는 창문을 열었다.

창을 열자 그는 놀라고 말았다.

 

호랑이의 눈, 뱀의 몸, 사슴의 뿔, 오색 찬연히 빛나는 황금 비늘........

불을 뿜는 듯한 눈빛과 으시시한 주변의 기운들........

세상을 압도하는 그 어마어마한 형상........

 

그토록 보고 싶어 하던 용이 그 앞에 나타났건만 엽공은 줄행랑을 치고 말았다.

 

그 후, 용은 두 번 다시 그와 그 주변에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이를 일컬어 세상 사람들은 '葉公好龍'이라 일컬었다.

 

 

사람의 본성(本性)은 이렇다.

매일 선(善)을 꿈꾸는 사람도 막상 그것을 행하여야 할 순간에 이르면 망설이게 되며,

강렬한 사랑에의 열병을 앓던 사람들도 그 사랑이 이루어진 순간(결혼) 그 사랑을 잃어버린다.

 

 

지난 한 해를 돌아보면,

하고 싶은 일을 하게 되었음에도 그 일에 대하여 자질구레한 불평을 하고,

본질을 벗어난 지엽적인 문제로 짜증을 내곤 했다.

 

오늘날 세상이 대부분 그런 것 같다.

회사의 조건을 알면서 입사를 했지만 대우가 나쁘다고 회사를 욕하고,

단체를 알면서 가입을 하고는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비방을 하고...

 

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모두 선한 사람들임을 믿는다.

그러나 그 사람들은(나를 포함하여) 모두 엽공이 되어버린 한 해는 아니였는지...

 

 

누군가 이런 말을 하였다.

'거리에 자신의 믿음을 과시하는자가 넘쳐난다 해도 막상 예수가 부활 한다면 그를 따를 사람이 몇이나 될것인가?'라고.

 

행동이 따르지 않는 마음만의 믿음은 선(善)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함을 이 고사는 말해 주고 있다.

 

"葉公好龍".

 

새해 아침 龍의 해가 밝아오는 이 시간에,

나는 다만 善을 꿈만 꾸는 또 하나의 엽공이 되지 않으리라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