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경칩(驚蟄) 이야기

難勝 2012. 3. 4. 05:47

 

 

 

 

경칩(驚蟄)

 

이월은 한봄이라 경칩(驚蟄), 춘분(春分) 절기로다

 

초엿샛날 좀생이는 풍흉을 안다 하며

 

스무날 날씨보아 대강은 짐작하네

 

반갑다 봄바람에 변함없이 문을 여니

 

말랐던 풀뿌리는 힘차게 싹이 트고

 

개구리 우는 곳에 논물이 흐르도다.

 

 

‘농가월령가’의 2월 노래 중 한 대목입니다.

 

‘한봄’이라는 말은 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음을 뜻하는 것으로 입춘이 봄의 시작을 알리는 절기라면 본격적인 봄에 접어들었음을 알려주는 절기는 경칩임을 의미하고 있습니다.

 

‘좀생이’는 오늘날 오리온이라 부르는 별자리 근처에 여러 별들이 모여 있는 별자리를 말하는데 묘성(昴星), 영어로는 ‘플레이아데스(Pleiades)’라고 하는 것으로, 여러 별들이 좀스럽게 모여 있어 붙여진 이름으로 정월대보름날 달빛으로 농사의 풍흉을 점치듯이 음력 2월6일에 이 별자리의 기운을 보고 농사의 길흉을 가늠했다고 하여 이날을 좀상날이라고 하였습니다.

 

이날 저녁 하늘에 뜬 달은 밥을 이고 가는 엄마이고, 좀생이별은 뒤따라가는 아이들이라 하여 가까우면 풍년, 멀면 흉년이라 하였고, 이러한 풍속은 오늘날에도 이어지고 있는데 단오제로 유명한 강릉시의 ‘사천하평 답교놀이’가 대표적이지요.

 

아울러 봄을 상징하는 개구리는 불가에서도 수행을 상징하는 독특한 존재이기도 합니다.

 

젊은 시절 개구리를 잡아 버들가지에 코와 입을 꿰어 물에 담가 놓았다가 이듬해에 아직도 버들가지에 꿰인 채 살아 있는 개구리들을 발견하고 출가를 결심한 진표율사의 경우와 신비로운 자장율사의 수행공덕을 상징하고 있는 통도사 자장암의 금개구리(보통 금와보살이라고 하지요.)가 좋은 예로, 이러한 내용을 표현한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보물 제486호 ‘은해사 백흥암 극락전 수미단(銀海寺百興庵極樂殿須彌壇)’ 에 용, 어린아이, 물고기와 함께 개구리가 새겨져 있음은 참으로 신기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경칩(驚蟄)

 

24절기의 하나.  

우수와 춘분 사이에 들어 있으며, 태양의 황경(黃經)이 345˚에 해당될 때이다.

 

음력으로는 2월 중에, 양력으로는 3월 5일 경이 된다. 경칩은 글자 그대로 땅속에 들어가서 동면을 하던 동물들이 깨어나서 꿈틀거리기 시작하는 무렵이 된다.

 

개구리들은 번식기인 봄을 맞아 물이 괸 곳에 알을 까놓는데, 그 알을 먹으면 허리 아픈 데 좋을 뿐 아니라 몸을 보한다고 해서 경칩일에 개구리알을 먹는 풍속이 전해오고 있다.  

지방에 따라서는 도롱뇽 알을 건져 먹기도 한다. 

 

또, 경칩에는 흙일을 하면 탈이 없다고 해서 벽을 바르거나 담을 쌓기도 한다  

경칩 때 벽을 바르면 빈대가 없어진다고 해서 일부러 흙벽을 바르는 지방도 있다.  

빈대가 심한 집에서는 물에 재를 타서 그릇에 담아 방 네 귀퉁이에 놓아 두면 빈대가 없어진다는 속설이 전한다. 

 

한편, 경칩날에 보리쌀의 형상을 보아 그 해 농사의 풍흉을 예측할 수 있다고도 한다.  

또한, 단풍나무나 고로쇠 나무를 베어 나무에서 나오는 수액을 마시면 위장병이나 성병에 효과가 있다고 해서 약으로 먹는 지방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