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연소답청(年少踏靑) - 아유, 꽃년 꽃놈들!

難勝 2012. 3. 12. 18:29

 

 

 

 

봄바람에

이 골짝

저 골짝

난리났네

 

제 정신 못 차리겠네

아유 꽃년 꽃놈들!

 

세월이 흘러도 봄에는

꽃년 꽃놈들이 난리가 난다

 

 

- 고은의 <순간의 꽃> 中에서 -

 

 

제목 : 연소답청(年少踏靑)
언제 : 18세기 중엽 ~ 19세기 초
재료 : 화첩 종이에 채색
규격 : 28.2 x 35.3cm
소장 : 간송미술관


 

 

조선조의 후기문화가 황금기를 이루고 있던 시대에 서울 장안의 귀족생활은 아마 가장 호사가 극치를 이루었을 것이다. 따라서 귀문(貴門)자제들의 행락도 어지간히 극성스러웠을 듯한데. 이 그림은 그 시대를 산 신윤복의 붓을 통하여 그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이라 할수 있겠다. 진달래꽃 피는 봄철이 되자 협기 만만한 반가(班家)의 자제들이 장안의 기녀들을 대동하고 간화답청(看花踏靑)의 봄나들이에 나섰는데. 이들의 옷차림은 장안에서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만큼 멋을 부리고 있다.

 

보라색과 옥색 천으로 발 굵게 누빈 저고리에 향낭(香囊)을 달아 차고, 홍록의 갖은 주머니를 긴 띠매어 치레하며. 행전은 짧게 치고, 중치막의 앞 두 폭을 뒤로 잡아매어서 뒤폭만 꼬리로 늘이어 걸음마다 나풀거리게 하고 있다.

 

장안 명기들의 미태(美態)에 홀딱 빠진 양반자제들은 체면불구하고 말탄 기생에게 시중드느라 담뱃불을 붙여 대령하며, 구종되기를 자원하여 갓을 벗어 마부 주고, 마부 벙거지를 제가 쓰고서 검은띠를 허벅대님으로 매고, 말고삐를 잡고있다.

 

한 친구는 시간에 늦었는지 갓을 벗어 짊어지고 옷자락에 바람 일며, 동자 구종을 몰아 급히 달려오는데...

나귀탄 기생의 초록 장옷도 깃발처럼 나부낀다.

 

암벽에는 진달래나무인 듯 분홍꽃을 가득 피운 나무들이 군데군데 있고, 구름 같은 기생의 트레머리에도 그 꽃가지가 꽂혀있다.

 

물빛으로 갈라 놓은 삼거리 주변의 청태점(靑苔點)이 분분하여 답청이 실감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