색즉시공(色卽是空)공즉시색(空卽是色):색이 곧 공이고, 공이 곧 색이라는 뜻입니다. 현상인 색과 본질인 공에 대한 그 체험적 결과를 설명하는 구절입니다. 즉 현상인 색과 본질인 공은 서로 상반적(相反的)이며 동시에 상사적(相似的)인 것입니다. 의식(意根)이란 것은 이름만 있고 형상은 없지만 그것이 나누어져 팔만 사천으로 보고 듣고 느끼고 알며, 그것이 모두 육근(六根)으로 돌아가서 온몸에 두루 번갈아 바뀌면서 작용하면 이것을 신통묘용(神通妙用)이라 합니다. 색(色)이 바로 공(空)인줄 알면 또한 공이 바로 색이니 색과 공이 서로 다르지 않은 진공의 묘한 이치(眞空妙理)인 것입니다.
색(色)을 색이라 하면 참다운 색이 아니요, 공(空)을 공이라 하면 참다운 공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색과 공은 하나이며 따로 이름 붙여진 이름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색과 공의 관계는 물과 파도의 관계처럼 서로 분리될 수 없는 것입니다. 물이 공이라면 파도는 색에 비유될 수 있습니다.
여기서 ‘색불이공’과 ‘후자인 ‘색즉시공’은 어떻게 다른가. 또 ‘공불이색’과 ‘공즉시색’은 어디가 다른 것인가? 하는 의문이 생기게 됩니다. 하지만 그 차이는 ‘불이’와 ‘즉시’의 차이뿐입니다. ‘색즉시공’은 눈에 보이는 현상이 그대로 공이라는 뜻이며, 원시불교의 사상에서는 지극히 소박하게 꽃이 피어나는 경치 그대로가 ‘무상’이라고 받아들였습니다. “있는 그대로를 있는 그대로 보라”는 것은 이를테면 예쁜 꽃을 보면 솔직하게 “예쁘다, 아름답다”고 칭찬하는 것입니다. 있는 그대로 보는 것은 색즉시색(色卽是色)입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무리해서 ‘색즉시공’이라고 관념할 필요는 없습니다. 그렇게되면 ‘색즉시공’에 머물러 버립니다. 나 자신이 마음을 텅 비워 ‘색즉시공’까지도 승화시켜 다시 ‘색즉시색’이라는 현상으로 되돌아오면 앞에서의 아름다움이 전보다도 더 아름답게 보입니다. 왜냐하면 눈으로 보고 느끼는 아름다움만이 아니라 바른 진리가 뒷받침되어 보이기 때문에 진정한 아름다움의 의미와 가치를 알고 아름다운 것을 내 것으로 삼으려는 집착도 차츰 없어지기 때문입니다. 그것이 ‘색즉시공’이라는 심경의 진정한 가르침이다.
수상행식 역부여시(受想行識 亦復如是):受想行識도 역시 또한 이와 같다는 뜻입니다. 심경은 여기서 간단히 “受, 想, 行, 識도 또한 空이다”라고 결론을 내리고 있습니다. 그것은 인체를 구성하는 다섯 가지의 요소가 空이다(五溫皆空)라는 뜻입니다. "수상행식 역부여시"는 '느낌과 생각과 의지작용과 의식도 그와 같이 실체가 없다'는 뜻으로 "수상행식"은 오온 가운데 정신적인 네 가지 양식에 해당됩니다. 우리의 육신을 위시해서 정신작용 또한 텅 빈 것이며, 텅 빈 것 또한 마음의 작용인 것입니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온갖 감정들은 "수상행식"의 영역 속에 모두 포함되어 있습니다. 잡다하게 일어나는 감정을 텅 빈 것으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도 결국 공에 대한 올바른 인식으로 지혜의 눈뜸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지혜의 눈만 뜬다면 사물 하나 하나, 사건 하나 하나가 그대로 진리화될 수 있습니다. 또 지혜는 그 어떤 상황도 극복할 수 있게 합니다.
오온개공(五溫皆空) 중 受卽是空 想卽是空 行卽是空 識卽是空의 이 말은 오온 중 색의 부분이 제외된 말로써 인간 내면의 마음과 정신세계를 대변하는 말로써, 색즉시공에서 설한 색계, 즉 물질세계가 무상함과 같이 수상행식인 인간의 마음이나 정신세계 역시 무상하다는 말입니다. 결국 인간의 존재는 모두가 안개와 같이 사라질 무상한 존재라는 것을 일깨워주는 것입니다.
끝으로 공(空)에는 여섯 가지로 나눠 공(空)을 구별하는데 참고하시길 바랍니다.
1.대공(大空):물질적인 모든 현상은 지수(地水)화풍(火風)의 사대로 이루어진 가설(假說)로 참다운 성품이 없는 것을 말합니다.
2.필경공(畢竟空):이 공은 유(有)에 대한 단공(單空)이 아니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상대적인 공을 다시 공한 절대부정의 공, 이 일체의 공마저도 공하였다는 것을 필경공(畢竟空)이라 합니다.
3.자성공(自性空):모든 법에는 공통적인 일반성과 또 각각 특수한 개성을 갖고 있으나 이러한 모든 것이 어느 편으로 보아도 공하므로 이것을 자성공이라 합니다.
4.본성공(本性空):본래부터 갖추어져 있는 본성이 공한 것을 의미합니다.
5.공공(空空):육근(六根),육경(六境)과 거기에 의지한 나(我와) 소유(我有)는 모두 실체가 없고 자성이 공한 것인데 그 공도 또한 공한 것을 말합니다.
6.불가득공(不可得空):무소유공(無所有空)이라 하며 말과 생각이 모두 끊어진 곳에 세우는 공. 만유의 진상(眞相)은 유(有)도 아니고,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 같은 공도 아니며, 이 말이나 생각이 미칠수 없는 그것을 부득이 거짓으로 공이란 이름을 붙여서 불가득공(不可得空)이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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