尋劍堂

본래 한 물건도 없다(本來無一物)

難勝 2008. 12. 2. 05:57

육조혜능(六祖慧能)은 일찍이 행자 시절 "인간에게 본래 자기의 것이라는 것은 하나도 없다(本來無一物)."라는 게송을 남겼다.
전하는 바에 의하면 혜능은 세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홀어머니와 함께 가난하게 자랐으며 산에서 나무를 해다 팔아 생계를 이었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한 스님이 《금강경(金剛經)》을 읽는 소리를 들었다.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멎어 버리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그는 스님에게 그것은 무슨 경이며, 누구에게 배웠는가를 물었다. 그 스님은 혜능에게 "이 경은 《금강경》으로 홍인(弘忍) 대사에게 배웠다."고 말했다.
그는 곧 집으로 돌아가 홀로 계신 어머니에게 출가의 뜻을 밝히고 황매산에 있는 홍인 대사 밑으로 들어갔다. 그때 그의 나이 34세였다.
홍인 대사는 자신을 찾아온 나이든 행자를 보는 순간 큰 릇임을 알았으나 제자로 삼지 않고 벼를 찧는 일을 맡겼다. 혜능은 불평을 하지 않고 묵묵히 그 일을 수행했다.
몇 달이 지난 후 홍인 대사는 부처님의 법을 전해 줄 후계자를 결정하겠으니 각자 깨달은 바를 게송 한 수로 적어 가져오라고 제자들에게 명했다. 그때까지 홍인 대사의 제자 중에서 으뜸은 신수(神秀)였다. 신수는 다음과 같은 게송을 지어, 스승과 여러 대중들에게 보였다.

몸은 바로 보리나무요
마음은 맑은 거울과 같나니
부지런히 털고 닦아서
티끌과 먼지가 묻지 않게 할지어다.

여러 제자들은 크게 감탄하여 감히 자기들이 지은 게송을 내놓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방아를 찧던 혜능이 이 게송을 듣고 웃으며 그 정도 게송이라면 자기도 지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하여 글을 쓸 줄 모르는 혜능은 대필시켜서 땅바닥에 다음과 같은 게송을 지었다.

깨달음은 본래 나무가 아니며
밝은 거울 또한 대(臺)가 아니네
본래 한 물건도 없는 것을
어찌 먼지를 털겠다 하겠는가.

홍인 대사는 이 게송을 보고 내심 감탄하였으나 대중들 앞에서는 "이것도 깨달은 바가 아니다."라고 말하고는 혜능의 게송을 발로 지워 버렸다. 그 후 홍인 대사는 조용히 방앗간을 찾았다.
"방아를 다 찧었는냐?"
"다 찧은 지 이미 오래입니다. 키질만 하면 됩니다."
그날 밤 늦게 홍인 대사는 혜능을 자기 방으로 불러들여 아무도 모르게 《금강경》을 강의했다.
"머무는 바 없이 마음을 내라(應無所住而生其心)."
혜능은 이 구절에 이르러 크게 깨달음을 얻었다. 이날 밤 홍인 대사는 혜능을 선종(禪宗)의 제6조로 정하고 전법(傳法)의 징표로 가사와 바루를 물려주고 시기하는 자들로부터 피신시키기 위해 남쪽으로 보냈다. 6년 후에 혜능은 인종 법사(印宗法師)가 있는 법성사(法性寺)에 모습을 드러냈는데 여기서 그 유명한 '바람이 움직이는가 깃발이 움직이는가'의 일화가 이루어졌다. 내용은 이렇다.
혜능이 법성사에 이르렀을 때 인종 법사가 《열반경을 강의하고 있었다. 마침 갑자기 바람이 불어 깃발이 펄럭였다. 이것을 보고 대중들 가운데 한 사람은 바람이 움직이는 것이라 했고 또 다른 한 사람은 깃발이 움직이는 것이라 했다. 입씨름은 끝을 보지 못하고 결국 인종 법사에게 가서 해답을 구하려 했으나 인종 법사 또한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이때 혜능이 말했다.
"바람이 움직이는 것도 아니요, 깃발이 움직이는 것도 아닙니다. 바로 그대들의 마음이 움직이는 것입니다."
인종 법사는 그 자리에서 혜능의 제자가 되기를 청했다. 이후 혜능은 조계산을 중심으로 선종의 종풍(宗風)을 드날렸다.
혜능 대사는 인간은 부처님의 생명에 의해 살고 있는 것이므로 자기의 것이란 하나도 있을 수가 없다. 보리(깨달음)라든지 마음(明鏡)이라고 하지만 그것은 자기의 것이 아니다. 망집도 또한 자기의 것이 아니다, 모두가 임시로 나타난 모습에 불과한 것이다. 그러한 것들에 집착하지 않고 부처님이 삶을 주신 그대로 너그럽고 솔직하게 사는 것이 중요하다고 앞의 게송을
통해 전하고 있다. 망집과 깨달음을 초월한 커다란 세계가 거기에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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