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상천하 유아독존의 뜻은
옛 경전은 석존께서 태어나자마자 동서남북 사방으로 일곱 걸음을 걷고나서 한 손은 하늘을 가리키고, 한 손은 땅을 가리키며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이라고 말했다고 전한다. 이는 물론 후대의 불교인들이 지은 게송(偈頌)이지만 석존의 입지를 아주 단적으로 잘 표현한 구절이 아닐 수 없다.
이 말을 알기 쉽게 풀이하면, “하늘과 땅 사이에서 오직 나만이 홀로 존귀하다”는 뜻이다. 바꾸어 말하면 이 세상에 나보다 더 존귀한 존재는 없다는 뜻이 된다. 그래서 흔히 안하무인이며 독선적인 사람을 일컬어 유아독존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것은 본래의 뜻과는 거리가 먼 해석이다. 유아독존에서 ‘아’는 석존 자신만으로 일컫는 말이 아니라 모든 사람, 한 사람 한 사람이 다 해당된다. 인도에는 옛부터 사성계급이 있어서 태어나면서부터 극심한 계급적인 차별을 받아가며 평생을 살아야 했다. 천상천하 유아독존은 바로 이런 불공평한 사회제도를 정면으로 부정하는 인간존엄의 선언이다.
이는 불교의 핵심사상인 자비(慈悲)인 동시에 교단의 성립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석존의 제자들 중에는 아난다나 카샤파, 목갈라야나와 같이 왕족이나 브라만 출신의 고귀한 태생도 있었지만, 우팔리처럼 남에게 업신여김을 받던 천민 출신도 있었다. 이는 엄격한 카스트제도로 볼 때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파격적인 일이었다. 또 마등가녀라는 천민여자의 출가를 허락하신 것은 석존께서 얼마나 인권을 중시했으며, 또 몸소 실천했는가를 알게 해 주는 좋은 예라 하겠다. 석존께서는 이처럼 사회계급이나 종족을 가리지 않고 절대평등한 인간존엄을 몸소 실천하셨다.
따라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란 이 세상에서 가장 존귀한 것이 곧 뭇생명이며 그 생명체들은 각기 보배로운 불성을 지니고 있는 존귀한 존재라는 뜻이다. 이런 깊은 뜻이 한마디로 압축, 표현된 것이 바로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란 말이다.
옛 경에 천상천하 유아독존이라는 구절 다음에 ‘삼계개고 오당도중생고(三界皆苦 吾當度衆生苦)’라는 구절이 있다. 즉 이 세상(색계·욕계·무색계)은 모두 고로 가득하므로 내 마땅히 삼계의 모든 중생들을 고에서 건지겠다는 대자비의 서원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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