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비란
“사람이 죽으면 흙으로 돌아간다”는 말은 삶의 무상함을 말해준다. 이처럼 짧고 덧없는 인생이나 허망한 육신에 지나치게 집착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는 것이 불교의 태도이다.
불교에서는 모든 물질은 지(地)·수(水)·화(火)·풍(風)의 네 가지 기본적인 요소로 이루어졌으며 사람 역시 이러한 4대(四大)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죽으면 결국 네 가지의 요소로 환원된다고 한다. 불교의 장례법인 화장은 바로 이런 사상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어느 종교나 죽음과 내세에 대한 문제를 중요하게 다루며 그 의식은 그 종교의 생사관(生死觀)을 잘 표출하고 있다.
기독교에서는 인생이란 일회적(一回的)인 것이고 절대자인 신(神)의 심판을 받아 지옥에 떨어지거나 천국에 다시 부활한다고 믿기 때문에 이 세상에서 살던 육신을 태우는 화장(火葬)이란 장례의식을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 신(神)의 심판을 받을 때는 죽음 당시의 모습으로 절대자 앞에 서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또 유교의 경우 부모에게서 받은 몸을 훼손하는 것은 크나 큰 불효라 여겼기 때문에 죽은 육신조차 소멸시키기를 꺼렸다.
그러나 불교에서는 모든 생명이 일회적인 것이 아니라 자신의 업력(業力)에 따라 세세생생 윤회한다고 보기 때문에 혼이 빠져 나간 육신은 하잘 것 없는 물질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껍데기인 육신에 집착하지 않는다는 뜻에서 화장을 한다. 화장이란 죽은 사람의 육신을 원래상태인 지수화풍으로 돌아가게 하는 장례의식이다.
수행자인 스님·선사(禪師)들의 경우는 다비라고 한다. 화장이나 다비는 연소(燃燒)라는 뜻의 범어 Jhapeti의 한역이다. 석존께서 입멸했을 때도 다비를 했으며 지금도 인도에서는 변함 없이 화장을 하고 있다.
화장을 하기까지 몇 가지 절차가 있다. 죽은 이의 손발을 비롯해서 몸을 깨끗이 씻기고 수의(壽衣)를 단정히 입히고 화장준비를 한다. 이것을 염습이라고 하며 염습의 순서와 절차에 따라 정중한 의식을 하게 된다. 이 의식을 시다림(尸陀林)이라고 한다. 시다림의 유래는 석존 당시 죽은 사람을 시다림이라는 숲에 버리는 관습이 있었는데, 석존께서 그 시다림에 가서 죽은 사람들을 위해 무상(無常) 법문을 한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어쨌든 삶과 죽음을 나누어 생각하지 않고 염습한 후 화장하는 것이 불교의 근본의식이다. 꼭 이러한 종교적인 측면 뿐만 아니라 묘소의 지나친 치장으로 인한 소비풍조의 지양과 환경보호라는 측면에서도 화장을 하여 유골만 봉안하거나 산골(散骨)하는 것이 바람직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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