尋劍堂

49재·예수재·천도재란

難勝 2008. 12. 12. 04:51

49재·예수재·천도재란 

원래 산스크리트어의 Uposadha를 한자어로 번역한 재(齋)는 본래 신(身)·구(口)·의(意) 삼업을 맑게 하고 악업을 짓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러나 세월의 흐름과 함께 재는 부처님께 정성을 바치고 경건하게 귀의하는 신앙을 표현하는 의식(儀式)을 뜻하는 말이 되었다.

재는 부처님께 정성스런 공양을 올린다는 점에서 불공(佛供)과 혼동되어 쓰인 시기도 있었으나, 세월이 흐를수록 재만이 갖는 고유한 특징이 생겨나게 되었다. 대개의 불공이 살아있는 사람의 행복을 기원하는 데 반해 재는 죽은 이의 명복(冥福)을 비는 천도(薦度)의 뜻이 두드러진 의식이 되었다. 그 대표적인 것이 바로 49재(四十九齋)로 칠칠재(七七齋)라고도 한다. 죽은 이의 명복과 극락왕생을 기원하기 위해 올리는 재로서 사람이 죽은 날부터 시작하여 49일 동안 7일마다 불전에 공물(供物)을 차려놓고 지내는 의식이다.

사람이 죽으면 49일 동안 중유(中有 또는 中陰)에 머물러 있다가 지은 업(業)에 따라 다시 생을 받는다고 한다. 따라서 이 기간 동안 죽은 이를 위해 지극하게 재를 지내면 죽은 이의 악업이 소멸되어 좋은 데 왕생한다고 믿었다.

이 밖에 중요한 재(齋)로는 방생재(放生齋)가 있고 수륙재(水陸齋)·예수재(豫修齋)·영산재(靈山齋)가 있다. 영산재는 일반대중에게 보다 깊은 신심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봉행되는 ‘법화경(法華經)’ 신앙에 바탕을 둔 재이다. 물론 죽은 이의 명복을 빌고 그를 극락에 왕생하게 하려고 올리는 재이지만, 이 의식에는 여러 의미가 복합적으로 함축되어 있다. 영산(靈山)이란 영취산(靈鷲山)의 준말이며 이 산에서 ‘법화경’을 설한 것으로 전하여 오고 있어 영산회상(靈山會相)을 재현한다는 상징적인 뜻이 담겨 있다.

수륙재는 허공 중에 흩어져 극락왕생을 못하고 있는 모든 망령(亡靈)을 천도하는 재이다. 수륙회(水陸會)라고도 하며 물이나 육지에 있는 모든 고혼(孤魂)과 아귀에게 음식을 공양하는 의식이다. 양나라 무제의 꿈에 신승(神僧)이 나타나 말하였다.

“육도(六道) 사생(四生)의 중생들이 한없이 고통을 받고 있거늘, 어찌하여 수륙재를 베풀어 그들을 제도하지 않는가 그들을 제도하는 것이 공덕 중의 으뜸이 되느니라.”

무제가 지공(誌公)에게 명하여 ‘수륙의문(水陸儀文)’을 짓게 하여 금산사에서 재를 지낸 것이 그 시초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고려 광종(971년) 때 수원 갈양사에서 혜거국사가 처음으로 시행하였으며, 지금도 여러 절에서 수륙재를 지내고 있다.

이런 재들이 모두 죽은 이들을 위한 의식인데 반해 예수재(豫修齋)는 특이하게 살아있는 사람들을 위한 재이다. 즉 죽은 후 극락에 태어나기를 기원하여 살아 있을 때 미리 봉행하는 재이다. 사람들은 저마다 살아있는 동안에 진 빚이 있으므로 예수재를 지냄으로써 빚을 미리 갚는 것이다.

그 빚은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불교경전을 읽어야 할 빚과 돈 빚이다. 경전을 읽어야 하는 빚은 예수재를 올리는 것으로 갚게 된다고 한다. 빚을 다 갚으면 영수증과 같은 증표(證表)를 받게 된다. 그것을 받아 한 조각을 불사르고 또 한 조각은 간직하였다가 죽을 때 가지고 가 명부(冥府)의 시왕(十王)들께 제사하면 빚이 없음을 인정받아 무난히 극락에 왕생할 수 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