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천 해인사 가마솥은 크기로 유명하고 ,안변 석왕사 변소는 높기로 각기 전국에서 유명하였다.
어느날 해인사 중이 석왕사 변소의 소문을 듣고 구경하기 위하여 행장을 차려 떠났다.석왕사 중 하나도 해인사 가마솥이 크다는 소문을 듣고 행장을 차려 길을 떠났다. 석왕사 중과 해인사 중이 도중에서 서로 만나 인사를 나눈 후에 " 대사는 어느 절에 계시며 어디로 가시는 길입니까?"
"소승은 안변 석왕사에 있는데 해인사 가마솥이 크다는 소문을 듣고 구경가는 길입니다."
"소승은 합천 해인사에 있사온데 석왕사 변소가 크다는 소문을 듣고 직접 눈으로 보려고 가는 중이올시다." 이 풍류승들이 여기서 서로 만난 것은 우연한 기회가 아니라 하며 둘이 자리를 잡고 앉아서 먼저 석왕사 중이
"대체 귀사의 가마솥이 굉장히 크다는 소문이 자자한데 얼마나 큽니까?.하고 물었다.
말로 이루 형용할 수가 없습니다. 지난 겨울 동짓날 팥죽을 쑤었을 때에 상좌가 나룻배를 타고 죽을 젓다가 바람을 만나 배가 어디론지 불려갔는데 지금까지도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하아 굉장하군요. 동해 만큼이나 큽니다 그려." "어찌 동해만큼이야 하겠습니까"하면서 이번에는 해인사 중이 그에게 물었다. 귀사의 변소가 높기로 유명한데 얼마나 높기에 소문이 자자합니까?"
"높기야 말로 표현할 수가 없지요. 소승이 떠날 때 소승의 대사가 뒤를 보았는데 그동안 똥덩어리가 땅에 떨어지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거 대단히 높습니다그려. 하늘만큼이나 높습니다 그려."
"천만에, 하늘만큼이야 높겠습니까 ?" 이와 같은 수작을 한 후에 "지금 대사를 만나서 자세한 말씀을 들었으니 가볼 필요도 없습니다." 하고 각기 작별인사를 마친 후 헤어져 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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