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팔염주를 헤아리다
"네 머리가 희어져 간다. 네 얼굴이 늙는구나. 힘드냐?
얘야, 세상 사는게 힘이 드는 모양이로구나."
"가지 말았어야 할 곳을 간 게로구나. 그런델 가면 늘 불안한 거지.
몸과 마음 전부가 말이다. 거길 무엇하러 갔었느냐"
"먹지 말았어야 할 음식도 먹었던 게로구나.
그 고통을 누가 알겠느냐?
아파서 뒹굴어야 하는, 인내하기 힘들은 육신의 아팠던 순간들을!"
"살다보면 말이다.
보지 않아야 할 것도 보고 살아야 했을 거다.
두렵기도 했을 거고, 밤잠을 설치기도 했을 거고 소나기 쏟아지는 밤 천둥치는 소릴 이 어미라고 모를리 없지"
"듣지 말아야 할 걸 들었던 적도 있었겠지.
들으면서, 갈등과 번민속에서 가슴을 아리게 한 적이 한두번에 넘어갔을리 만무하고..."
"그런 때 백팔염주를 헤아렸느냐?
몇번이고 헤아렸느냐?
그랬는데, 그랬으면서 말이다."
"용케 잘 참아왔으면서 어쩌자고?
왜? 벌써 이토록 급하게 내게 와선 "어머니, 저를 늙게 해 주십시오" 하는 것이냐!"
"멀었다, 이눔아!
아직 멀었다. 아직은 아니여, 이눔아!
해가 저물면 등불을 들고 가던 길을, 가야하는 길을 재촉해야 하는 것이 살아가는 법이여!!"
"사냥꾼이 쏜 화살에 맞아죽은 노루가 여기 아닌 다른 길로 방향 잡아 갔던들 오늘 죽지는 않을 것임을 어찌 알기나 했겠느냐!
그게 팔자인 거지.
그만큼이 그눔의 명줄인 것이지 "
어머님 말씀을....
삼장 적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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