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오는 날의 단상
고요히 가라앉은 시간이면 주위의 소리에 무척 민감해 집니다.
아주 작은 소리라도 의미를 가지고 다가오는 듯......
소리 중에 물이 떨어지는 소리만큼 마음을 고요하게 가라앉히는 소리는 또 없을 겁니다.
풀잎을 스쳐가는 여울물 소리는 아득한 어린 시절 고향으로 데려가 주고,
연못에 비오는 소리는 우리의 마음을 풍류로 젖게 합니다.
그런가하면 한적하고 외로운 마음속으로 들리는 낙수소리도 있지요.
이렇듯 물이 떨어지는 소리는 우리의 마음을 차분히 가라앉히고 가장 근원적인 곳으로 우리를 데려 갑니다.
마음의 평안을 거슬렸던 어떤 애착도, 그 애착으로 인한 부산스러움도, 모두 헛되고 쓰잘데 없었음을 나직하게 얘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 새벽에 내리는 비가 그치면,
그간 마음을 어지럽혔던 찌꺼기가 모두 씻겨 내렸으면 참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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