拈華茶室

차 한 잔에 가을을 타서

難勝 2010. 9. 28. 20:21

 

 

차 한 잔에 가을을 타서

 

차 한 잔에 가을을 타서

함께 마실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아직 향기 가시지 않은 은은함이라도 좋고

갈색 빛 물든 쓸쓸한 빛깔이라도 좋다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철들어 깊은 가을을 함께 바라볼 수 있고

가슴 속 풍경화 하나 그릴 줄 아는......

 

차 한 잔에 가을을 타서

함께 마실 수 있는 사람을 만나고 싶다

 

맑은 아픔이 흐르는 잊혀진 시냇물의 이야기도 좋고

지난 추억의 그림자 밟으며 함께 낙엽을 주어도 좋을

사랑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떨어지는 낙엽 위에 그리움의 낙서를 할 수 있는

그런 이야기를 들어 줄 사람 하나 만나고 싶다

 

그리하여 맑게 내 영혼의 그림자 씻어

그 쓸쓸한 뒷모습을 씻어

투명한 가을 하늘에 밝은 코스모스 한자락 피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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