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림선사와 백낙천
중국 당나라 4대 문장가 중 한 사람인 백낙천이 항저우 자사로 부임함에 모두들 인사차 찾아 갔으나 유독 도림선사는 그를 찾아가지 않았음에 백낙천은 불쾌하기도 하고 도림선사의 내공을 시험하고 싶어서 그를 찾아갔다.
그 때 도림은 경내의 아찔한 노송 위에 올라 좌선을 하고 있었으므로 백낙천은
"스님이 계신 곳이 매우 위험합니다. 나무에서 떨어질까 염려되옵니다" 라고 말을 함에
도림선사는 오히려 "자네가 더 위험하네."라고 대답하였다.
이에 백낙천은
"저는 당대에 최고의 벼슬을 하고 있고 이렇게 땅을 밟고 있는데 어찌 위험하다고 하십니까?" 라고 답변하자
그의 자만심을 꿰뚫어본 도림선사는
“티끌 같은 세상의 지식으로 교만한 마음만 늘어, 번뇌가 끝이 없고 탐욕의 불길이 쉬지 않으니, 어찌 위험하지 않겠는가! 라고 했다.
명리와 이해가 엇갈리는 속세가 더 위험한 곳이라는 것을 은연중에 알려 준 것이었다.
백낙천은 자신의 마음을 환히 꿰뚫어보는 듯한 눈매와 자기가 자사라는 벼슬에 있음을 알면서도 당당하게 할 말을 다하는 도림 선사의 기개에 그만 눌렸다.
“제가 평생 좌우명으로 삼을 법문을 한 구절 들려주십시오.”
애초에 선사를 시험하고자 했던 오만 방자한 태도를 바꾸어, 공손하고 겸손한 자세로 가르침을 청하였다.
이에 도림선사는 다음과 같이 설하였다.
제악막작(諸惡莫作); 나쁜 짓을 하지 말고
중선봉행(衆善奉行); 착한 일을 받들어 행하라.
자정기의(自淨基義); 자기의 마음을 맑게 하면
시제불교(是諸佛敎); 이것이 곧 부처님의 가르침이다.
대단한 가르침을 기대했던 백낙천은 이 같은 대답에 실망하여 말했다.
“그거야 삼척동자라도 다 아는 사실 아닙니까?”
백낙천이 신통치 않다는 듯이 말하자, 선사는 침착한 어조로 다시 말하였다.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이지만 팔십 노인도 행하기는 어려운 일이지.”
이에 그 후 백낙천은 지행합일(知行合一) 의 삶을 살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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