尋劍堂

소나무 숲의 이슬로 朱墨을 간다

難勝 2011. 3. 11. 05:19

 

 

소나무 숲의 이슬로 주묵朱墨을 간다

 

讀易曉窓 丹砂硏松間之露

독역효창 단사연송간지로

 

譚經午案 寶磬宣竹下之風

담경오안 보경선죽하지풍

 

새벽 창가에 주역을 읽다가

소나무 숲의 이슬로 주묵을 갈며

한낮 책상에서 불경을 논하다가

대나무 숲 바람에 경쇠 소리 실려 보낸다

 

채근담(菜根譚)-후집

 

『역경』은 중국 고대의 역(易)의 원전이며 이른바 괘(卦)에 의해 길흉을 풀어 보기도 하는데, 그 논리는 철학적이고 표현은 문학적입니다.

 

'주묵을 갈다'란 중요한 구절에 표시를 하고 주기(注記)를 해가면서 정독(精讀)하기 위한 예비작업이었겠지요.

이렇게 오전 시간을 보내다가 같은 신앙으로 맺어진 친구와 시간이 흐르는 것도 잊은 채 불경을 펴놓고 논담을 벌이는 것도 한없는 즐거움인 것입니다.

 

책은 굳이 『역경』이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새벽 창가에 앉아서 자기 수양을 위한 책을 읽으며 하루 일과를 시작해 보십시요.

어지럽기 그지없는 사회에 처해 있을수록 이런 수양은 꼭 필요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