拈華茶室

꼴값을 하고 삽시다

難勝 2011. 5. 7. 05:48

영묘사 터에서 발굴된 신라의 미소, 수막새

 

꼴값을 하고 살자

 

균형 잡힌 얼굴은 편안하고 좋은 인상을 준다

잘생긴 얼굴보다 잘 웃는 얼굴이 좋다

아무리 젊고 예뻐 보여도 자연스럽게 웃지 못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꼴값하고 있네!" 어릴 때는 어른들이 하는 이 말뜻을 잘 몰랐다.

사진을 찍는 소위 찍사는 무엇을 보는가.

풍경, 인물 등등 주제는 달라도 그 '꼴'들을 촬영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며 소통하는 게 일이다. 그렇다 보니 사물의 형상이나 외모에 남다른 관심을 가질 뿐 아니라 직관도 조금은 발달한다.

 

특히 인물사진을 많이 찍고, 얼굴에 관한 얘기를 하다 보면 나름대로 좋은 얼굴이라고 생각하는 기준이 있다.

 

첫 번째는 얼굴의 균형이 잘 갖추어져 있으면 편안하고 좋은 인상을 준다.

미의 기준이 균형 감각인 것처럼 균형을 잘 갖춘 얼굴은 어떤 방향으로 카메라를 대도 무리없이 잘 나오게 된다. 그러나 대칭이 아니라도 그 편차가 눈에 확연히 띌 정도가 아니라면 별문제가 없다. 사실 얼굴이 완벽한 대칭을 이루거나 균형이 잘 잡힌 얼굴을 만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아무리 잘생긴 톱스타라고 해도 그렇지 않은 게 대부분이다. 결국 대칭보다 더 중요한 것은 자신만의 개성을 돋보이게 살려 주는 것이다.

 

다음은 웃음이 밝아야 한다.

웃을 때 환하게 웃지 못하고 어정쩡하게 웃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평소에 웃음에 익숙하지 않은 탓이겠지만 제대로 잘 웃는 사람이 좋은 인상으로 남는 것은 사실이다. 잘생긴 얼굴보다 잘 웃는 얼굴이 더 좋다. 어떤 사람은 주름이 생길까 봐 제대로 웃지 못한다고 한다. 곱게 늙은 노인들이 웃을 때 보면 깊은 주름이 더욱 멋지게 보인다. 그 주름이 매력적으로 보이는 것은 웃으며 생긴 주름 덕분일 것이다.

 

사진 찍을 때 항상 "자연스럽게 웃으세요"라고 하지만, 자연스럽게 웃는다는 게 그리 쉽지 않다는 걸 누구나 안다. 자연스럽게 웃다가도 막상 셔터를 누를 때면 웃음이 싹 걷히기도 한다. 웃는 게 어렵긴 어려운가 보다. 시간이 지나도 간직하고 싶은 사진은 무표정한 모습보다 밝게 웃는 얼굴이다.

 

그다음은 자연스러움이다.

주름이 깊게 팬 촌부들의 얼굴에서 순수함을 느낄 때가 많다. 특별히 가식적인 표정을 지을 필요 없이 살아온 자연스러운 환경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든다. 흙 속에서 인생의 의미를 깨닫고 바람에서 세월을 읽으며 땀 흘린 뒤의 고단함을 막걸리 한잔으로 풀 수 있는 그들의 소박한 삶이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는데, 그 표정이 그렇게 밝을 뿐 아니라 말없는 가운데 삶의 의미를 가르치는 것만 같다.

 

그에 반해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자연스럽지 못한 오뚝한 코, 쌍꺼풀 진 눈, 그리고 V라인 턱 등등... 공장에서 찍어낸 듯한 성형미인들은 보기에도 어색하고 눈길조차 주기 민망할 때가 있다. 저 사람들은 생각도 똑같을까?

 

이들의 공통점은 잘 웃지 못한다는 것이다. 웃음 근육이 말을 듣지 않거나, 다시 생길 주름 때문에 시원스럽게 웃지 못하는 것일까. 아무리 젊고 예뻐 보여도 자연스럽게 웃지 못하는 얼굴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꼴값'이란 얼굴값인데 대체로 좋지 않은 의미로 쓰인다.

좋은 꼴(얼굴)을 갖고 그 값을 제대로 하려면 자연스러워야 한다.

자연스러우려면 제대로 웃을 줄 알아야 한다. 제대로 웃으려면 억지나 왜곡이 없어야 한다.

 

얼굴만 그런 것은 아닐 것이다.

세상의 이치란 것이 어느 것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즐거운 마음으로 자연스럽게 웃으면서 <꼴값>하며 삽시다.

 

- 어느 사진 작가의 글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