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젊은 연인들

難勝 2011. 5. 23. 19:28

 

난 원래 지각 같은 거 안하는데 남자 친구랑 만날 때면 꼭 이래요.

 

나오려다 보면 앞머리가 이상하고,

나오려다 보면 눈썹이 짝짝이 같고,

또 나오려다 보면, 이번엔 신발이 너무 튀는 것 같고.

그렇게 현관을 몇 번 들락거리다 보면 시간은 훌쩍 지나가 버리죠.

 

오늘도 20분쯤 늦었거든요.

약속 장소로 정신 없이 뛰어가는데, 저만큼에 전화기를 들고 있는 남자 친구의 뒷모습이 보입니다.

 

나 왔어~

 

막 소리를 지르려는데 메세지가 도착했어요.

그런데 내용이,

자기도 아직 도착하지 못했다고, 천천히 오라고......

 

바보같이..

가뜩이나 미안해 죽겠는데, 내 맘 편하라고 거짓말까지......

 

코끝이 시큰해져선 남자 친구의 등 뒤에 숨어 문자 메세지를 한 통 보냅니다.

있잖아, 난데, 지금 절대 뒤돌아보지 마.

돌아보면 나 너무 미안하고 고마워서, 확 녹아 버릴지도 몰라.

 

버튼을 꾹 눌러 메세지를 보내며 다시 한 번 결심합니다.

 

다음엔, 꼭 내가 먼저 도착해서 기다려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