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 없는 낚시
千尺絲綸直下垂 천척사륜직하수 천 길 되는 낚시줄 곧바로 드리우니
一波載動萬波隨 일파재동만파수 한 파문 일어남에 만파가 뒤를 잇네
夜靜水寒魚不食 야정수한어부식 밤 깊고 물은 차서 고기는 물지 않아
萬船空載月明歸 만선공재월명귀 배에 가득 공을 싣고 달빛에 돌아오네
<야부 스님 시>
전에 읽은 책에 참으로 못된 짓은 다하여 고통스런 지경에 빠져 버린 악인이 있었습니다.
그 고통스런 지경에는 똑같은 류의 사람들이 있기에 악마구리와 같은 난장판의 모습입니다.
부처님이 삼계를 둘러보시다 마침 그 고통스런 현장의 모습을 보시고 그 악인에게 조그만 선행이 있었는지 살피십니다.
어느 것 하나 내놓을 것 없는 악인이라 부처님은 머리를 내두르며 포기 하시려는데 잠깐 스쳐 지나는 영상이 있습니다.
악인이 못된 행동을 하고 도망치다가 발밑에 거미 한마리가 지나는 것을 보고는 그대로 달려 나가지 않고 급히 발을 옆으로 옮겨 디뎌서 거미를 살린 것입니다.
부처님은 그를 구제할 한 가닥 희망이 있음을 아시고가느다란 거미줄을 천상에서 한 없이 내려 보내십니다.
악인은 물에 빠진 자 지푸라기 잡듯 하늘에서 내려온 거미줄에 온 몸을 매달리고 의지하자거미줄은 부처님에 의해 서서히 당겨져 올라갑니다.
억겁을 두고도 벗어나지 못할 악업 속에서 한가닥 선행의 힘이 그를 벗어나게 해주는 것이지요.
한데 올라가던 악인이 갑자기 아래가 소란스러워 내려다보니 자신의 밑으로 새까맣게 다른 악인들이 매달려 붙어 있습니다.
부처님의 위신력은 가느다란 거미줄이라도 일체 중생을 다 건지고도 남을 힘을 지녔지만 악인의 생각에는 저 놈들이 모두 매달려서 이 줄이 끊어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
여기에 생각이 미친 악인은 아래 매달린 악인들을 욕을 하며 발로 차고 밀어 내리려 발버둥을 칩니다.
그러자 그토록 힘있게 모두를 끌어 올리던 가느다란 거미줄이 악인이 손잡은 부위에서 힘 없이 툭하고 끊어져 버립니다.
야부 스님의 게송을 보다 보니,
삼계라고 하는 끝도 모를 심연 속에 지혜와 자비라는 줄을 드리워 놓고 중생을 구제하시려는 부처님이 연상 됩니다.
가까스로 제도의 연을 만났다가도, 어둑한 마음의 습을 버리지 못해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저승보다 낫다는 생각으로 구습을 벗지 못하고 나락에 떨어지거나 현실에 안주하는 우리와, 빈 손 가득 줄만 드시고 허허로이 돌아가시는 부처님을 생각합니다.
어느 악인은,
지옥에 떨어져서 다른 이들이 겪는 고통을 보고 제 입장은 잊어 버린 채,
아! 저들의 고통을 잠시라도 내가 다 짊어 질수만 있다면..하고 생각하자 지옥이 극락으로 변하더라는 가르침도 있습니다.
무얼 그리 소중히 여겨 놓지 못하십니까.
무엇이 우리를 아수라의 세계로 만듭니까.
부처는 누구며 악인은 누구입니까.
부처의 종제이자 희대의 악인이라 할 데바닫다 스님은 악업으로 지옥에 빠집니다.
문수보살이 찾아 가서 언제 지옥에서 나올건가요 묻자,
석가 부처가 지옥에 오는 날 나는 나갈 것이요 하더랍니다.
내가,
우리가 지옥에 가지 않으면 누가 갈것입니까.
지옥에 갈 원을 세우고
천수 일편 치는 것으로
자비 광명 비추어서
연화 세계 이루고
지혜 눈으로 관하여
지옥 세계가 공하면
진정한 불자의 길이 예 있지 않겠습니까.
라즈니시는 이러더군요.
보살들과 성자들은,
열반의 저 언덕이 이끄는 강렬한 흡입력과 빛으로부터 벗어나,
이 언덕에 남아 보살도 행하고자 1%의 중생심 일으켜 고통스런 차안에 머무는 이들이라고......
여러분.
오늘은 줄 없는 낚시 하러 갑시다.
<무명스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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