看話禪 四天王
'이 뭐꼬?'와 같은 화두(話頭)에 마음을 집중하여 깨달음을 얻는 수행법을 간화선(看話禪)이라고 한다. 매우 독특한 수행법이다. 원래는 중국에서 개발된 명상 방법이었지만 문화혁명을 겪으면서 거의 맥이 끊어졌고, 지금은 한국이 세계 간화선의 종가(宗家)가 되었다. 세계 불교계에서 간화선을 배우려면 한국으로 와야 하는 것이다.
한국의 간화선풍을 이끄는 4명의 선사(禪師)로 진제(眞際)·고우(古愚)·혜국(慧國)·수불(修弗)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는 이들 4명의 선사를 현대의 간화선 사천왕(四天王)이라고 생각한다. 이 사천왕이 작년 여름에 동국대 간화선 학술회의에 참석하여 각각의 살림살이와 가풍을 대중들에게 선보인 바 있다. 바둑 고수들도 각기 가풍이 다르듯이 이 네 선사의 스타일도 각기 다르다.
진제의 가풍은 '금모사자(金毛獅子)'이다. 황금색 털이 난 사자인 것이다. 사자 같은 위용과 용맹함이 풍긴다. 이번에 마틴 루서 킹 목사와 만델라가 강연한 170년 역사의 뉴욕 리버사이드 교회를 금모사자가 방문하였다. 십자가를 배경으로 한 단상에서 '참나'를 설법하는 신문 사진은 종교 간의 대화를 상징하고 있다.
고우의 가풍은 '고불춘풍(古佛春風)'이다. 찬바람이 아닌 포근한 봄바람을 쫓아가다 보면 오래된 고불이 하나 서 있다. 올 4월에 미얀마의 최고수이자, 마하시 선원의 장문인에 해당하는 '파욱' 대사와 만나 법거량을 주고받은 바 있다. 북방불교와 남방불교의 만남이었다.
혜국은 '철마기병(鐵馬騎兵)'이다. 철마를 탄 기병의 기세가 있다. 한반도의 중원인 충주 석종사(釋宗寺)에 머물면서 거침이 없는 사자후를 토하고 있다.
수불은 '노지백우(露地白牛)'이다. 흰 소가 길바닥에 나와 있는 형국이다. 서울 복판인 북촌 가회동의 안국선원(安國禪院)에서 남녀노소를 상대로 화두(話頭)를 들었다가 화미(話尾)를 놓았다가 한다. 시장바닥에 나와 쓴맛이 어떤가를 보고, 단맛이 어떤가를 보고 있는 상황이라고나 할까. 수불선사에게 물었다. "공부라는 것이 무엇입니까?" "남에게 상처를 주지 않도록 노력하는 사람이 공부가 된 사람입니다." 언뜻 보기에는 성질도 없고, 카리스마도 없는 듯 보이지만, 대화 도중에 수불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기감(氣感)은 마치 발전기가 돌아가는 듯하다.
조선일보 조용헌 살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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