尋劍堂

불상과 광배

難勝 2011. 9. 23. 04:02

 

 

불상과 광배

 

동화사 비로암 석조비로자나불좌상(보물 제244호)은 9세기에 성행하던 대좌와 광배를 구비한 전형적인 비로자나불상이다. 광배는 신광과 두광이 결합된 거신광(擧身光)으로, 형태는 주형(舟形)이다. 불꽃처럼 타오르는 화염문 정상부에 삼존불, 그 밑으로 8구의 화불이 두광, 신광 선(線)에 배치되어 있다.

 

서산마애삼존불 중 미륵보살반가사유상의 연환형 두광은 두광 전체를 연꽃 모양으로 새겼다. 연화문광배는 경전에서 보현보살의 배광을 원만연환광(圓滿蓮環光)이라 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경주 구황리 금제여래입상(국보 제80호)의 두광은 불꽃무늬에 둘러싸여 전체적으로 보주형(寶珠形)을 띤다. 원 안의 연꽃무늬를 중심으로 빛이 뻗어나가는 모양을 하고 있으며, 가장자리의 불꽃무늬는 섬세하게 뚫을 새김을 했다.

 

 

부처님 뒤에서 타오르는 불꽃

미망을 태우고 진리를 비춘다

 

頭光.身光 두종류…두가지光 합친 전신광배도

서산마애삼존불 연꽃모양 두광 등 환상적 문양

 

불상이 갖추고 있는 중요한 도상 가운데는 수인(手印)도 있고 지물(持物)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것은 광배만큼 부처님이 지니고 있는 신성(神聖)과 교의(敎義)를 총체적으로 상징화하고 있지는 못하다. 불신 뒤에서 타오르는 광배의 불꽃은 부처님의 신성(神聖)을 더욱 강조하고 있으며, 환상적인 문양과 함께 나타난 화불(化佛)들은 진리로서 시방세계를 채워가는 부처님의 권능과 위신력을 잘 드러내 보여주고 있다. 광배를 잃은 불상보다 광배를 갖춘 불상에서 더욱 장엄한 불국 정토와 부처님의 세계를 실감할 수 있는 것은 광배가 가진 이런 기능과 효과 때문일 것이다.

 

부처님이 지닌 신체적 특징 가운데 기본이 되는 것이 32길상이다. 32길상 중에 백호상(白毫相)과 장광상(丈光相)이 있다. 백호상은 눈썹 사이에 1장(丈) 5척이나 되는 흰털이 오른쪽으로 말려서 붙어 있는데, 거기서 빛이 나온다고 하며, 장광상은 몸에서 1장의 빛이 나와 사방에 퍼지는 데 부처님은 그 빛 속에 있다고 한다. 백호상과 방광상은 몸에서 나오는 빛이기 때문에 이것을 색광(色光)이라고 부른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영산(靈山)에서 설법할 때 여섯 가지 상서(祥瑞)가 있었다. 그 중에 방광(放光)의 상서도 있었는데, 부처님 미간에서 나온 장광상이 1만8000 불국토를 비추었고, 그 빛이 비치는 곳마다 여섯 가지 상서(祥瑞)가 나타났다. 무량의 불국토에서는 방광에 의해 인생의 육도 윤회 모습을 밝혀 보고, 여러 부처님을 친견하고 설법을 들을 수 있으며, 수행 모습과 수행 단계의 향상 과정을 볼 수 있고, 여러 부처님의 입멸 모습을 볼 수 있다.

 

부처님이 발산하는 일체의 빛은 깨달음의 정신적 에너지이며, 지혜의 상(相)이다. 그래서 부처님의 몸에서 나오는 광명을 광명지상(光明智相)이라고도 한다. 이 빛은 미망(迷妄)의 어두움을 파하고 진리를 드러내는 광명이며, 항상 시방세계(十方世界)를 빈틈없이 비추는 무량광이다.

 

광배의 종류는 크게 백호에서 발하는 빛, 즉 색광(色光)을 형상화한 두광(頭光)과 가슴의 흉만(胸卍)에서 발하는 심광(心光)을 형상화한 신광(身光)으로 나눌 수 있다. 인도에서는 처음에는 두광만 표현하다가 뒤에 신광을 함께 표현한 전신광배 형식이 나오게 되었는데, 이것을 거신광배(擧身光背)라고 한다. 형태로 보면 두광과 신광을 함께 나타낸 이중원광(二重圓光)식 광배와 두 가지 광을 합쳐 배 모양으로 만든 주형광배(舟形光背)가 있다. 화염문의 모양은 끝이 뾰족한 보주형.연화형 등으로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데, 때로 서산마애삼존불에서 보듯이 두광 전체가 연꽃 형태로 된 것도 있다. 이것은 경전에서 보현보살의 배광을 원만연환광(圓滿蓮環光)이라 한 것과 관련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불화에서 광배를 표현하는 방법은 선, 또는 화염문으로 한다. 이 때 두광에서는 강렬한 빛을 발하는 백호(白毫)가 원의 중심이 된다. 몸에서 발하는 신광은 가슴의 만상(卍相)을 중심으로 하여 표현하게 되지만 신광만을 표현하는 경우는 없다. 두광과 신광을 다 표현할 때는 먼저 두광을 나타내고 그 밑으로 신광을 표현하여 두광이 우선하는 형식을 취한다. 거신광은 두광, 신광의 구별 없이 전신에서 발하는 빛을 표현한 것인데, 이 경우 입상과 좌상을 가리지 않고 대좌 위에서 머리 위쪽까지 부처님의 몸 전체를 싸게 된다.

 

현존하는 불상의 광배를 보면 표현 형식이 다양하다. 원광 형태의 두광만 표현되어 있는 경우는 강진 무위사의 ‘아미타내영도’와 밀양 표충사의 ‘아미타삼존도’, 경주 남산의 탑곡마애불상군과 칠불암마애석불, 합천 치인리 마애불입상 등에서 찾아 볼 수 있다. 한편, 두광에 위로 솟는 불꽃을 표현한 보주형 광배는 국립부여박물관 소장의 금동보살입상, 국립중앙박물관 소장의 경주 구황리 금제여래입상, 서산마애삼존불 등이 있다. 거신광배의 경우 주형광배 형태가 대종을 이루는데, 동화사 비로암석조비로자나불좌상, 국립부여박물관 소장의 정지원명 금동여래삼존불입상, 간송미술관 소장의 계미명 금동삼존불입상, 청양 장곡사 철조여래좌상과 철조비로자나불좌상, 그리고 의성 고운사 석조석가여래좌상 등이 있다.

 

부처님이 발하는 빛에 대해서는 형체가 없고 밝다고 하는 것 외에는 달리 표현할 방도가 없다. 더구나 곧게 나아가고 곧게 비추지만 한 장의 종이로 막을 수 있는 태양광과 달리 어떤 장애물로도 막을 수 없고,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비치는 부처님의 빛을 구상화(具象化)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것을 훌륭하게 구상화하여 표현해 낸 것이 바로 광배인 것이다.

 

불신의 빛을 나타내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장식물이 광배라고 할 때, 광배에 화염문양이나 방사선문양을 그리거나 조각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때로 빛과 관계가 없어 보이는 연꽃, 당초, 인동 등의 문양과 함께 작은 부처님 형상을 한 화불(化佛)이 광배에 난 경우를 볼 수 있다. 화불이란 부처님이나 보살의 신통력에 의하여 화작(化作)된 또 다른 부처님을 말하는데, 화불에 관해서 〈관무량수경〉에서는 다음과 같이 설명하고 있다.

 

“무량수불의 몸은 백 천 만억의 염부단(閻浮檀)의 금색과 같다. 부처님 몸의 높이는 60만억 나유타항하사유순(那由他恒河沙由旬)이다. 그 부처님의 원광(圓光)은 백억 삼천대천세계와 같고 원광 속에 백억 나유타항하사의 화불이 있다. 하나하나의 화불 또한 무수한 화보살로써 시자를 삼는다”라고 했다. 무량수불은 곧 아미타여래이므로 그 원광, 즉 두광 속에 무수한 화불과 화보살을 나타냄을 말하고 있다. 또 같은 경전 속에서, 관세음보살의 신장은 80억 나유타항하사유순이다. 몸은 자금색이고 위에 육계가 있다. 위에 원광이 있고 얼굴은 각각 백 천 유순이다. 그 원광 속에 500의 화불이 있어 석가모니와 같다. 하나하나의 화불에 오백의 보살과 무량의 제천(諸天)이 있어 시자를 삼는다고 했다.

 

위의 경전 내용을 따른다면 화불이나 화보살은 원형의 두광에 나타나야 옳다. 인도 불상에서는 이 내용을 따르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많은 불상들은 두광은 물론이거니와 신광에도 화불을 표현하고 있는 특징을 보인다. 유물을 통해 확인해 보면 화불을 실제로 표현하는 데는 500 무수 무량이 아니고 3불, 5불, 7불 등이 가장 많다.

 

광배의 화불과 화보살을 자세히 살펴보면 연화좌에 앉아 있는 경우와 구름 위에 앉아 있는 경우가 있는데, 이것은 다음과 같은 〈불설무량수경〉의 내용과 연관시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해와 달보다도 더 밝은 지혜 광명은 청정하고 결백한 불법을 원만히 갖추었느니라. 그래서 보살들의 마음은 …마치 타오르는 불과 같아서 일체 번뇌의 풀 섶을 태워 없애며, 또한 마치 연꽃과 같아서 여러 세간에 있어서 더러움에 오염되는 일이 없으며, …또한 마치 두터운 구름과 같으니 생의 굴레를 떨쳐 깨닫지 못한 중생을 깨우쳐 주고….”

 

그런데, 관음보살의 원광 속에는 화불과 화보살을, 거신광 속에는 지옥.아귀.축생.인간.천(天)의 5도 중생과 일체의 색상(色相)을 화현한다고 경에서 말하고 있으나, 이는 교리상의 문제이고 실제로 표현되는 일은 거의 찾아 볼 수 없다.

 

스스로 비추는 것을 광(光)이라 하고, 사물의 이치를 밝히는 것을 명(明)이라 한다. 광명은 스스로 비추어 무명 번뇌를 쳐부수고, 밝음은 참된 법을 드러낸다. 불신을 감싸고 타오르는 광명의 불꽃은 사바세계의 중생들이 집착하고 번뇌와 미망을 타파하고, 해탈의 길로 이끄는 부처님의 지혜와 권능을 드러내는 데는 아무 모자람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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