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약설명
고려시대에 조성된 석탑이다. 2층 기단 위에 9층의 탑신을 올린 형식이며, 아래층 기단의 각 면에는 안상(코끼리 눈을 본 떠 만든 장식 문양)과 연꽃 장식을 새겼다. 위로 올라가면서 줄어드는 비율이 작은 몸돌(옥신석)은 지붕돌(옥개석)과 함께 각각 하나의 돌로 이루어졌다. 지붕돌은 간략하게 마무리했고, 살짝 위로 솟은 귀퉁이마다 동으로 만든 풍경이 달려 있다. 정연한 상륜은 돌 위에 금동장식이 더해져 화려하고 세련된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정확한 비례와 정교한 조각이 우수하여 고려시대 다각다층석탑 중 가장 빼어난 작품으로 손꼽힌다.
“월정사에 전나무가 번성한 까닭”
고려 말 오대산의 북대암에서 수도하던 나옹스님(1320~1376)은 매일 월정사로 내려가 부처님께 콩비지국을 올렸다. 어느 겨울날 스님이 국을 들고 눈길을 조심스레 가고 있는데, 소나무 가지 위에 쌓여 있던 눈이 떨어져 비지국을 쏟고 말았다. 나옹스님은 “이 소나무야, 너는 부처님 진신(眞身)이 머무는 이 산에 살면서 큰 은혜를 입고 있거늘, 어찌 감히 멋대로 움직여 공양물을 버리게 하느냐”라며 꾸중했다. 마침 이 소리를 들은 산신령은 “소나무야, 너희는 큰스님을 몰라보고 부처님께 죄를 지어서 이 산에 살 자격이 없으니 멀리 떠나거라. 이제부터는 전나무가 이 산의 주인이 되어 번창하리라”하고 말했다. 오대산에 소나무가 없고 전나무가 번성한 까닭으로 전한다.
상세설명
자장율사가 창건한 월정사 안에 있는 탑으로, 그 앞에는 공양하는 모습의 보살상이 마주보며 앉아 있다. 탑은 8각 모양의 2단 기단(基壇) 위에 9층 탑신(塔身)을 올린 뒤, 머리장식을 얹어 마무리한 모습이다. 아래층 기단에는 안상(眼象)을 새겨 놓았고, 아래·위층 기단 윗부분에는 받침돌을 마련하여 윗돌을 괴어주도록 하였다. 탑신부는 일반적인 석탑이 위층으로 올라 갈수록 급격히 줄어드는 모습과 달리 2층 탑신부터 거의 같은 높이를 유지하고 있으며, 1층 탑신의 4면에 작은 규모의 감실(龕室:불상을 모셔두는 방)을 마련해 두었다. 지붕돌은 밑면에 계단 모양의 받침을 두지 않고 간략하게 마무리하였고, 가볍게 들려있는 여덟 곳의 귀퉁이마다 풍경을 달아 놓았다. 지붕돌 위로는 머리장식이 완벽하게 남아 있는데, 아랫부분은 돌로, 윗부분은 금동으로 만들어서 화려한 아름다움을 더해주고 있다. 고려시대가 되면 4각형 평면에서 벗어난 다각형의 다층(多層)석탑이 우리나라 북쪽지방에서 주로 유행하게 되는데, 이 탑도 그러한 흐름 속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고려 전기 석탑을 대표하는 작품이다. 당시 불교문화 특유의 화려하고 귀족적인 면모를 잘 보여주고 있으며, 전체적인 비례와 조각수법이 착실하여 다각다층석탑을 대표할 만하다. 또한 청동으로 만들어진 풍경과 금동으로 만들어진 머리장식을 통해 금속공예의 수법을 살필 수 있어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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