탑(塔)이란?
부처님의 무덤이 곧 ‘탑’
대부분 홀수층으로 세워
불교 문화재가 우리나라 문화재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크다.
그만큼 불교는 우리 역사에 크게 작용했었다.
그러다 보니 국사 수업시간에도 자연스럽게 불교 얘기가 많이 나오게 되고 우리 역사에 끼친 영향이 크다.
여기에서는 불교에 관한 몇 가지 상식을 알아보고자 한다.
불교에서는 사람이 죽으면 화장(火葬)을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불교가 융성했던 시기에도 스님들만 화장하고, 일반인들은 여전히 토장(土葬)을 하였다.
석가모니 부처님이 열반한 후, 그를 화장하자 다섯 말이나 되는 사리가 나왔다.
그러므로 사리는 부처님의 몸이다. 이에 사람들은 석가모니에 대한 존경을 석가모니 몸과 똑같은 사리에다 표하게 되었다.
이 석가모니 사리를 진신사리(眞身舍利)라고 하며, 부처님과 똑같이 생각해 정성껏 모시며 예를 올리고 있는 것이다. 바로 이 부처님 사리를 모셔둔 곳이 탑이다.
외람(猥濫)된 표현이지만 한마디로 탑이란 부처님의 무덤인 것이다.
그러므로 우리가 흔히 절의 대웅전 앞마당에서 보는 3층, 5층탑과 같은 모양과는 상관없이 부처님의 사리를 모셔 두면 그 형태가 어떻든 간에 탑이 되는 것이다.
부처님의 몸을 모시는 만큼 불교가 전파된 나라들은 각기 탑의 형태에 정성을 다했다.
한국·중국·일본과 같은 동북아 나라들은 우리가 흔히 보는 탑의 형태를 만들었지만, 인도에서는 우리나라 고분의 봉분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는 것이 있으며, 어느 곳에서는 큰 항아리에도 모시고 있고, 또 어느 곳에서는 천연의 동굴 속에도 모시고 있다. 법주사 팔상전을 보셨을 것이다. 커다란 목조 건물인데, 이것 또한 나무로 만든 탑이다.
불교 발생지인 인도에서는 이 부처님의 사리들을 불교가 전파된 이웃 여러 나라의 사찰에 나누어 주었다.
그러나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시는 것에도 한계가 있다.
진신사리의 개수는 한정되어 있는 반면, 계속해서 새로운 사찰이 세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진신사리가 없는 새로운 사찰들은 부처님 사리 대신에 불교의 귀중한 물건(부처님 말씀이 담겨있는 불교 경전이나 부처님 유품 등)을 모시고는 탑을 만들어 갔다.
이렇게 하여 탑의 원래 의미는 변하여서, 부처님 사리를 모셨든 안 모셨든 일정한 형태를 갖추고 있으면 모두 탑이라고 부르게 된 것이다.
일반 스님들의 사리를 보관해 놓은 것은 부도(浮屠) 또는 묘탑(墓塔)이라고 한다.
부도는 부처님의 상징인 탑보다 더 높으면 안된다. 그래서 탑이 최소 3층 이상인 반면, 부도는 대개 1층, 아니면 둥그런 돌덩어리 일뿐이다.
오래된 사찰에 갔을 때 입구 옆쪽이나 대웅전 뒷마당에 가보면 세월을 초월해 그 사찰을 묵묵히 지키고 있는 색 바랜 수많은 부도들을 만나볼 수 있다. 이 부도들 중에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명한 스님들의 것도 있다. 소승은 대웅전 앞마당의 위엄과 치장을 상징하는 탑보다는 좀 더 인간적인 냄새가 풍기는 소박한 부도에 시선이 갈때가 많다.
동북아 지역의 탑은 대개 석탑(石塔), 목탑(木塔), 전탑(塼塔-벽돌탑) 등이 있다.
이중에서 우리나라는 당연히 석탑이 제일 많다. 일본이 주로 목탑, 중국은 전탑이 주류를 이루고 있다. 탑뿐 아니라 다른 것들도 동북아 삼국이 특징을 갖고 있다.
우리나라는 무덤을 만들어도 돌을 많이 사용했다. 성을 쌓아도 돌, 세계적인 명품 석굴암도 돌이다.
그것도 깨지기 쉽고, 그래서 다루기가 가장 힘든 화강암으로 되어있다.
우리는 돌의 문화이다. 반면 중국은 만리장성을 쌓아도 벽돌, 무덤을 만들어도 벽돌이다. 중국은 벽돌의 문화이며 일본은 탑뿐 아니라 부처님 조각 작품도 나무로 거의 만들었다. 그네들이 서양 사람들 앞에서 자랑하는 국보 1호 미륵보살 반가상도 재료가 나무다. 일본은 나무의 문화이다.
탑은 홀수 층으로 만드는 것이 원칙이며, 홀수 중에서 가장 완벽하고 안전한 수는 3으로 알려져 있다. 그래서 3층탑이 많은 것이다. 여기에 탑의 층수가 올라간다면 5, 7, 9, 11, 13, 15층 등이 되어야 한다.
예외는 있다.
경천사지 10층 석탑이나 원각사지 10층 석탑이 바로 그것이다.
그러나 불교 학자들은 이런 탑들도 본래는 11층이었는데 수 백년 세월이 흐르다 보니 어느 땐가 한 개 층이 없어진 것이라고 한다.
탑의 층수는 옥개석(지붕)의 층수로 구분하는데, 이 옥개석은 4의 배수로 각을 만든다.
4각, 8각, 12각 등 물론 여기에도 예외는 있다. 금산사 6각 다층석탑이 그것이다.
마지막으로 불상 이름에 대하여 알아보면, 우리 학생들이 국사 중 가장 짜증내는 것이 이 불상 이름일 것이다. 금동미륵보살반가사유상, 서산 마애삼존불상, 논산 관촉사 석조미륵보살입상 등. 그러나 이런 이름들도 일정한 룰에 의해 정해진 것이다. 그 룰을 안다면 의외로 빨리 불상 이름을 이해하게 된다.
불상의 이름들은 대개 네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맨 앞에 그 불상이 발견된 지역이나 특징(어디에서,어떤 것이), 두번째는 불상을 만든 재료나 방식(무엇으로), 세번째는 불상의 주인공(누구를), 마지막은 불상이 취하고 있는 자세(어떻게)가 그것이다.
다시 정리한다면 <출토지, 특징>+<재료, 방식>+<주인공>+<자세>이다.
연가7년이라는 글자가 새겨진(특징)+금동으로 만든(재료)+ 석가여래의(주인공)+ 서있는 모습(자세)이라서 연가7년명 금동여래입상이라는 이름이 붙었고, 철원 도피안사에서 발견된(출토지)+ 철로 주조한(재료,방식)+ 비로자나불이(주인공)+ 앉아있는 모습(자세)이라서 철원 도피안사 철조비로자나불좌상이라는 이름이 만들어진 것이다.
만약에 여러분이 우연히 등산길에 어떤 불상을 최초로 발견했다면 위의 룰에 의해 이름을 만들면 된다. 그러면 세상에는 그 이름으로 영원히 남는 것이다.
이럴진대 우리 주위 탑으로 유구한 역사 속에서 말없이 풍파에 새겨진 탑을 소중하게 길이 보존되길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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