拈華茶室

가라는 가랑비야 있으라는 이슬비야

難勝 2012. 3. 24. 05:26

 
 
 

가라는 가랑비야, 있으라는 이슬비야

 

사랑하긴 하는데

스스로 도리질 쳐 인정하지 않는다

세상 모든 것의 주인인 인간들의 끈끈한 약속을 위하여

 

사랑하긴 하는데

목놓아 부르지 않는다

그 집 담 밑에 참혹히 드러누운 그림자의 긴긴 남은 날을 위하여 참는다

그립지만 눈물로 삭인다

 

도대체 인간이란 무엇인가

줄 잡아당기는 사랑이란 무엇인가

삶의 행복이란 무엇인가

 

금방 엎어버리고만 싶은데

삼십년 동안 배운 것

피눈물로 깨달은 것

싸워서 얻은 것

모두 다 팽개치고 아흐 내달리고 싶은데

 

말뚝처럼 서서 실비만 맞는다

으깨지고 찌그러진 화순 운주사 미륵처럼 서서

반 미친 사람처럼 찬비만 맞는다

 

그래놓고 전봇대와 나란히 서서

쥔놈인 인간이 머슴인 자연에게 묻는다

속절없이 가라는 가랑비냐 있으라는 이슬비냐

 

 

왜 하늘에서 내리는 물을 비라고 했을까?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이지만 그 말에 대한 의미는 대개 생각들을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사람의 언어야말로 아주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

언어는 함부로 만들어지는 게 아니라, 그 시대의 문화를 상징하는 도구입니다.

 

언어라고 하는 표현도 言(말씀 언), 語(말씀 어)라고 하여 똑 같은 '말씀'이라고 하지만 굳이 두 개로 만든 데에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습니다.

 

言은 자기 자신이 하는 말을 가리키고,

語는 상대방의 질문에 대한 답변의 말을 의미합니다.

 

話(말할 화)는 서로 주고받는 말을 의미하기 때문에, 상대가 있게 마련이라 對話(대화)라는 용어가 나왔다고 합니다.

 

위의 질문에 대한 답의 힌트는 "쓰레기를 치우는 걸 뭐라고 할까?"입니다.

 

쓰레기를 치우는 비나 하늘에서 내리는 비는 다 같이 주위를 꺠끗하게 한다는 공통점이 있지요.

창문으로 밖에 내리는 비를 바라보면 마음이 대개 차분해지게 마련입니다.

그것은 비가 물이기 때문이지요.

물은 불을 끄게 마련이기에 열나는 일을 식혀주기에 충분합니다.

반대로 우울증이 있는 사람에게는 비가 별로 보탬이 되지 못합니다.

 

자연을 즐기며 사는 삶이 행복이라 여긴다면 우울한 일은 일찌감치 치워버리는게 상책입니다.

내리는 비를 보며,

속절없이 가라는 가랑비냐, 있으라는 이슬비냐 고민할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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