尋劍堂

Re:불교신문에서 가슴치는 글 - 물은 물로 씻을 수 없다

難勝 2008. 3. 24. 08:21
    “문간에 있는 찰간(刹竿)을 꺾어버려라”
    조계종 종정 법전스님 동안거 해제 법어
    조계종 종정 법전스님은 동안거(冬安居) 해제일(21일)을 맞아 15일 발표한 법어에서 "이제 '세존의 금란가사(금실로 지은 가사)' 공안(公案.화두)을 걸망에 지고 천하를 주유하면서 '찰간(刹竿)을 꺾어버리라'는 그 도리까지 함께 참구하고 또 참구해야 한다"며 안거가 끝난 뒤에도 끊임없이 정진할 것을 당부했다.

    '찰간'은 예전에 덕이 높은 스님이 있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알리기 위해 큰절 앞에 세운 깃대 같은 것을 가리킨다. 법어에서 '찰간을 꺾어버려라'는 것은 스스로 깨달았다는 생각마저 없애라는 의미이다.

    조계종 전국선원수좌회에 따르면 이번 동안거에는 전국 94개 선원에서 모두 2천222명이 수행정진한 것으로 집계됐다.

    안거는 동절기(음력 10월15일부터 3개월)와 하절기(음력 4월15일부터 3개월)에 외부 출입을 삼간 채 참선수행에 전념하는 것을 말한다.

     

    다음은 법전스님의 해제 법어 전문.

    「가섭에게 아난이 물었습니다.

    "세존께서 사형에게 금란가사를 전하셨다고 하는데, 그 외에 특별히 따로 무엇을 전하셨습니까?" 그러자 가섭이 말했습니다.

    "아난이여!"

    가섭이 부르는 소리에 아난은 대답했습니다

    "예!"

    이에 가섭은 다시 말했습니다.

    "문간에 있는 찰간(刹竿)을 꺾어버려라."

    아난이 가섭에게 '세존이 금란가사 이외에 다시 어떤 무엇을 전한 것이 있는가?'라고 한 것이 문처(問處)이고 가섭이 '아난이여!'라고 부른 것은 답처(答處)입니다.

    그리고 가섭이 '아난이여!'하고 불렀고 아난이 '예!'하고 대답한 그것으로 설법이 모두 끝난 것입니다. 이심전심의 전법이 이루어진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영산회상에서 석존이 꽃을 들어보이자 가섭이 미소로서 대답하여 그 자리에서 법을 전해 받았습니다. 세존께서 '정법안장 열반묘심을 마하가섭에게 부촉한다'는 바로 그 도리인 것입니다. 여기서는 가섭이 '아난이여!'하고 부르고, 아난이 '예!'하고 대답한 그것이 바로 세존의 염화 그리고 가섭의 미소와 같은 것이라고 하겠습니다.

    하지만 사실 치열한 정진 속에서 해제를 맞이하여 제대로 안목이 열린 납자라면 '문간에 있는 찰간(刹竿)을 꺾어버려라'는 말까지도 본래 쓰러뜨리고 말고 할 찰간조차 없다는 사실을 알아야 합니다. 그것은 금으로는 금을 바꿀 수 없고 물로는 물을 씻을 수 없는 도리인 까닭입니다. 만일 가섭과 아난이 서로 전한 것이 있거나 받은 것이 있다고 한다면 모두가 생사(生死)의 흐름에 쓸려감을 면치 못할 것입니다. 따라서 만약 이 공안이 없었다면 참으로 모두가 생사를 받느라고 요란했을 것입니다.

    어김없이 봄이 오고 다시 해제를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이제 '세존의 금란가사' 공안을 걸망에 지고 천하를 주유하면서 '찰간(刹竿)을 꺾어버리라'는 그 도리까지 함께 참구하고 또 참구할 일입니다.

    빙소하북안(氷消河北岸)하고

    화발수남지(花發樹南枝)로다.

    (얼음은 강 북쪽 언덕에서 녹고

    꽃은 나무 남쪽 가지에서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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