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평등대왕 (平等大王) -죽은 지 100일째에 재심담당 대왕-
☞ 끝이 안 보이도록 넓은 강은 꽁꽁얼어 있었고,
강가에 망령들은 넋이 빠진 듯 멍한 표정으로 서 있다.
망령들의 몸은 극한에 마비되어 살점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잘 익은 백숙처럼, 망령들의 살점은 부는 바람에도 툭툭 떨어졌다.
살점이 떨어져나가 뼈가 드러난 모습으로 망령들이 터덜터덜
얼어붙은 강위를 걸어간다.
순간 귀를 찢는 듯한 소리와 함께 강풍이 불어와 망령들을 날려
하늘에 올렸다가 얼음 위로 팽개친다. 망령들의 살결은 찢어지고
튿어져 피가 솟구쳐 올라, 얼음 위를 검붉게 물들인다.
망령들은 한동안 자빠지고, 엎푸러진 상태로 움직일 줄 모른다.
다시 세찬 바람이 불자, 망령들의 몸은 얼음 위에서 떨어진다.
얼음 위에는 군데군데 망령들의 살점이 붙어 있었고,
망령들은 살점이 떨어져나가 얼룩덜룩한 채로 다시 얼음 위로
떨어졌다. 얼음이 깨지면서 망령들이 강속으로 빠지자 다시
결빙(結氷)이 되고, 얼음 위에는 살점과 핏자국으로 얼룩져 있었다.
바로 이곳이 일곱 번째 심판관인 태산대왕(泰山大王) 앞에서
육문(六門) 중에서 지옥(地獄)의 문을 선택한 망령(亡靈)들이
여덟 번째 심판관인 평등대왕(平等大王) 앞으로 가는 길이다.
쇠처럼 단단히 얼음이 얼어붙은 산이 철빙산(鐵氷山)이요,
이 강이 철빙강(鐵氷江)이다.
일곱 번째 태산대왕 앞에서 육문 중 지옥문을 선택한 망령들이
철빙산(鐵氷山)과 철빙강(鐵氷江)을 51일 동안 모진 풍파를
겪고서야 여덟 번째 평등대왕 앞에서 재심을 받게 된다.
즉, 죽은지 100일이 되면 평등대왕 앞에 서는 것이다.
우람한 체격의 대왕은 신관과 신장들을 거느리고 다른 대왕과는
달리 목소리가 부드럽다.
"본래 아무 것도 갖고 태어나지 않은 몸이었고,
아무 것도 갖고 오지 못할 몸이거늘, 무엇이 탐이 나드뇨!
인간은 누구나 평등하게 태어나는 것.
쓸데없는 탐욕에 마음 상해하며 남을 괴롭힌 죄,
만족할 줄 몰라 탐욕에 밤을 세우고 타인의 것을 빼앗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은 죄,
내 이익만을 위해 타인에게 손해를 입힌 죄,
정정당당하고 공명정대하지 못한 죄 등
모두 평등의 법을 어겼으므로 그 죄를 묻노라.
향락(享樂)은 고통의 근원이며 고행은 희락(喜樂)의 근원.
인간은 여러 생을 살면서 평등하게 골고루 기회가 주어지는 법.
평등의 법에 따라 철상지옥(鐵床地獄)에서 벌을 받을 것이다."
철상지옥(鐵床地獄)
이 지옥은 말 그대로 철(鐵)로 만든 상(床)이 있는 지옥이다.
망령들은 쇠로 만든 상을 벌 서듯 두 손으로 들고 있는데,
살아 생전에 지은 죄과에 따라 상의 크기와 무게가 달라진다.
작은 상이 점점 커져 무릎을 꿇고 상을 겨우 받쳐든 망령,
상에 깔려 비명도 지르지 못하는 망령,
깔리다 못해 오징어처럼 납작해진 망령 등 목불인견이다.
머리가 철상에 눌려 납작해진 망령은
눈ㆍ귀ㆍ코ㆍ입을 찾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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