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도시락 편지
불우한 환경 때문에 끝내 배움을 포기하고 공장에 취직해 말단 직공으로 있던 한 청년이 있었다. 그는 일을 하며, 늘 흉하게 기름때 묻은 자신의 모습을 혐오하다가 끝 모를 열등감으로 매일 술만 마시며 방탕한 생활을 했다.
그러던 중 마음 착한 한 여자를 사랑하게 되었고 마침내 그녀와 결혼했다.
그의 아내는 진정으로 그를 사랑했다. 그가 하는 일이 비록 보잘 것 없는 일이었지만 유난히 정이 많은 남편의 사람 됨됨이를 늘 자랑스럽게 생각했다.
그러나 그는 착한 아내에게 적은 월급과 기름때에 찌든 작업복을 내놓을 때마다 부끄러운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런 남편의 모습을 보고 아내는 마음이 많이 아팠다. 아내는 매일 아침 남편의 가방에 넣어주는 도시락과 함께 편지를 써보냈다.
'나는 당신이 너무 자랑스러워요.'
아내로부터 매일 같이 이렇게 쓰여진 편지를 받은 남편은, 처음 얼마간은 아내가 자신에게 용기를 주려고 보낸 편지라고 생각해 그저 고맙기만 했다. 그런데 몇 달이 지나도 아내의 편지는 그칠 줄 몰랐다.
그는 정말로 아내가 자기에 대해 자랑스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무엇인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는 평소보다 두 시간 일찍 공장에 출근해서 미처 사람들의 손이 닿지 않는어두운 창고를 청소하기 시작했다. 아무도 모르게 일부러 이른 시간을 선택했고, 사람들이 출근하기 전에 모든 일을 보이지 않게 끝마쳤다.
그는 아내에게 이런 사실을 자세히 말하지 않았다. 단지 그 일이 아내와 그 사이에 보이지 않는 기쁨으로 남아 있기를 바랐다. 그렇게 매일 아침 청소를 하며 보람있는 나날이 계속됐다. 그리고 많은 세월이 흘렀다.
그날 아침도 역시 아내가 싸준 도시락에는 편지가 들어 있었다. 그는 서둘러 공장으로 가서 여느 때와 다름없이 공장 청소를 기쁜 마음으로 했다.
바로 그날 아내의 편지를 읽고 점심 도시락을 먹고 나니, 사장실로부터 급히 오라는 연락을 받았다.
'내가 무슨 잘못한 것도 없는데, 사장님이 왜 나를 부르는 걸까·······."
그는 영문을 모른 채 서둘러 사장실로 올라갔다. 올라가 보니 사장님은 뜻밖의 말을 했다.
"나는 이십 년 전부터 당신을 지켜보았습니다. 아무도 보지 않는 곳에서 당신이 아니라면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묵묵히 해온 당신께 온 마음으로 경의를 표합니다."
사장은 그를 부사장으로 승진시켰다.
부사장이 되어서도 공장청소만큼은 변함없이 자신이 했다.
"나는 당신이 너무 자랑스러워요."
20년을 말해 준 아내의 이 말은, 이 사랑은 무력감과 열등감으로 지쳐 있는 남편을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세워놓은 힘이 되었다. 자칫 무시당하기 쉬운 남편의 무능함에 그토록 오랫동안 한결같이 따뜻한 시선을 주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빛을 원하는 사람에게 다가가 그의 어두운 뒷모습이 되어 말 없이 감당하고, 끝내는 한 줄기 맑고 투명한 빛을 던져 주는 사랑이란 얼마나 위대한 것인가. 사랑은 어떠한 꿈보다 더 아름다운 꿈을 꾸게 할 수 있다.
아내가 매일매일 적어준 도시락 편지는 진정한 사랑이었다.
또한 아내가 해준 격려는 그에게 크나큰 힘이 되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토록 긴 시간을 오직 한마음으로 기나긴 꿈을 꾸게 했던 것이다.
(펌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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