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사는 이야기

두 눈을 가린 스승

難勝 2010. 12. 10. 05:30

 

 

두 눈을 가린 스승

 

고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동맹휴학을 일으켰다.

학생들은 자신들의 잘못은 인정하지 않고 다소 체벌을 심하게 한 생활지도 교사를 해직시키라고 요구했다.

 

학교측에서는 학생들의 그런 부당한 요구는 들어줄 수 없다면서 주동학생들을 징계하려고 하였다.

그러자 수업을 거부하고 운동장에 모여 있던 학생들이 우르르 교무실로 들이닥쳤다. 개중에는 손에 몽둥이를 들고 있는 학생들도 더러 있었다.

교사들은 학생들의 기세에 놀라 얼른 자리를 피했다. 급히 학교 뒷산으로 달아나는 교사가 있는가 하면, 어느새 교문 밖으로 내뺀 교사들도 있었다.

 

그런데 유독 나이 많은 한 교사만은 학생들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교무실에 앉아 있었다.

"네 이놈들! 밖으로 썩 나가지 못해? 학생들이 교무실에 와서 난동을 부려도 되는 거야?

도대체 이게 어디서 배운 버르장머리야?"

교사는 학생들을 향해 대성일갈했다.

학생들은 앞뒤 가리지도 않고 흥분한 채 교사를 둘러쌌다. 그리고는 누가 먼저라고 할 것 없이 교사를 마구 구타하기 시작했다.

교사는 얼른 두 손으로 자신의 눈을 가렸다. 학생들의 주먹질과 발길질을 피할 생각도 하지 않고 눈을 가린 두 손을 떼지 않았다.

한 학생이 교사의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흔들어도 한사코 얼굴에서 두 손만은 떼지 않으려고 들었다.

 

그 뒤 사태가 진정되자 학생들에게는 큰 고민거리가 한 가지 생겼다.

그것은 평소 존경해 마지않던 그 교사를 흥분한 나머지 집단 폭행했다는 사실이었다.

학생들은 크게 뉘우치다 못해 교사를 찾아가 사죄했다.

"선생님, 저희들의 잘못을 용서해 주십시오. 정말 죽을 죄를 지었습니다."

"아니야, 괜찮아. 스스로 깨달았다면 그것으로 그만이야. 이 세상에 자기의 잘못을 스스로 깨닫는 사람만큼 훌륭한 사람도 없어."

빙그레 미소까지 띠며 그런 말을 하는 교사에게 학생 들은 다들 큰 감동을 받았다.

 

그러자 푹 고개를 숙이고만 있던 한 학생이 조그맣게 입을 열었다.

"선생님, 그런데 그때 왜 한사코 손으로 두 눈을 가리셨습니까?"

"하하, 그게 그리 궁금한가? 나는 나를 때리는 학생의 얼굴을 보고 싶지 않았어. 수양이 모자라는 내가, 나를 때리는 학생의 얼굴을 본 이상, 그 학생에게 늘, 나쁜 감정을 가지게 될 게 아닌가? 그래서 일부러 보지 않으려고 그랬네."

학생들은 교사의 말에 그만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진정으로 자신들의 잘못을 깨달았다.

 

사막에서의 물이 다른 물과는 달리 특별한 물이 되어 축제처럼 여겨지는 건 내 팔로 힘들여 길어 올린 것이라서 라는 노력의 아름다움을 가르쳐 주는 것 같다.

 

소중한 것은,

행복이라는 것은 꽃 한 송이, 물 한 모금에서도 찾을 수 있는데, 우리는 오직 눈으로만, 감각을 통해서만 찾으려 하기 때문에 정작 찾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사랑의 눈으로, 마음의 눈으로 소중한 것을 찾을 줄 알아서 작은 꽃 한 송이에서 상큼한 행복을 들추어내고, 물 한 모금에서 감동의 눈물을 찾을 줄 아는 순수한 마음을 간직함으로써 작은 일에도 감동할 줄 알고, 사소한 물건에서도 감사를 느끼는 맑은 마음을 단 하루라도 간직하고 살 수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서 내 마음도 이토록 아름다울 수 있구나하는 느낌이 1분이라도 내게 머물러서 마음으로 조용히 웃을 수 있는, 그런 순수한 미소를 잠시라도 가져보았으면 좋겠다.

 

세상살이 모두가 네 탓이 아니고 내 탓이다.

오늘도 많이 웃는 날이 되고 오늘 하루도 내 탓으로 사는 즐거운 날 되기를 기대해 본다.